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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우수엔 분갈이

우수엔 분갈이

오늘이 절기로 우수라네요. 비 雨, 물 水, 비가 오는 계절이라는 의미인데 그래도 비가 날마다 오는 건 아닙니다. 이때쯤 봄기운이 도니 우리 모든 생명을 위해 봄비를 기다리는 선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거죠. 그래서인지 오늘 청국장을 사 먹으러 밖에 나가보니 날이 많이 풀렸네요. 저렴하고도 좋은 머위 나물이 등장한 봄 식사를 하고 다이소로 향했습니다. 오랫동안 분갈이를 안 해 말라가는 난초와 엊그제 산 5천 원짜리 이름도 모르는 예쁜 초록 잎, 그리고 못생긴 화분에 담겨있는 고무나무를 살리기 위해 분갈이용 흙과 화분, 화분 받침을 세 벌 사 왔습니다. 방에서 이걸 어떻게 갈아 입히지, 하며 생각하다가 모든 작업을 큰 봉지 안에서 행하였습니다. 흙이 밖에 흩어지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분갈이를 진행하여 30분 만에 화분 4개를 다 갈아 치웠습니다. 그리고 화초를 쓰다듬어 주며, 잘살아 줘, 하고 당부의 이심전심도 보냈습니다. 새 바지를 입은 화초들이 더 예쁘게 보이네요. 네, 사람이나 화초나 가끔 새 바지로 갈아입을 필요가 있습니다. 향기롭고, 거뜬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하하.

오늘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가 더 확산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당국의 안전 안내문자는 매번 똑같습니다. 손 씻기, 마스크 하기, 발열이나 이상 증세가 있으면 신고하기 등 매번 같은데, 뭐 좀 좋은 예방책은 없는지 답답해지네요. 그냥 무턱대고 청결하고, 조심하고, 사람 많은 곳엔 가지 말라니 우리의 경제활동과 문화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휴관한 기관도 많고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중단됐습니다. 3월에 새 학기도 제대로 개학할지 염려되네요.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아직 인간사회는 미개한 모양입니다. 20세기 초엔 페스트 전염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쓰러져 갔다는데요, 지금은 21세기, 4차산업혁명이라고 떠들어도 바이러스 하나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너무 우쭐대지 말고 좀 겸손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자연의 섭리 앞에 겸손해야 하겠습니다. 재해 앞에 정부는 언제나 무능했습니다. 그러니 서로들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밀지 말고 서로 협조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2020.2.1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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