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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교리와 진리

교리와 진리

간밤에 김형석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에서 또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교리와 진리의 차이에 관해서입니다.  언젠가 한 학생이 스님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왜 목사님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없는지 묻더랍니다. 그래서 대답하기를 스님의 글은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어서 사람들이 공감할 가능성이 높지만 목사님의 글은 교리를 말하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는 공감을 받지만 교회 밖에서는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것 같다, 고 대답하셨답니다. 네, 현문현답(賢問賢答)이네요.

교수님의 대답에서 평생 기독교인으로 그리고 철학자로 살아오신 당신의 통찰력이 매우 넓다는 걸 느꼈습니다. 학문은 진리를 탐구하는데, 종교는 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교리체계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종교인은 자기 종교가 아니면 담을 쌓기 쉬운가 보네요. 교수님은 평생 기독인으로서 또 철학자로서 종교인의 한계를 정확히 통찰하시고, 기독교를 만인의 종교, 삶의 종교, 진리의 종교로 인도하고자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불자들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우신 진리체계대로 행동하는지 수시로 살펴보고, 경전이라는 방대한 진리를 혹시 사찰의 좁은 교리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종교가 발생 당시에는 진리를 기반으로 성립되었을 텐데, 그 후 각 종교의 후계자들이 그러한 진리를 자기 대로 편리하게 해석하여 교리라는 울타리를 쳐 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세 서양에서 일어났던 종교 개혁도 진리를 벗어나 왜곡으로 가는 당시의 종교인들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오늘의 우리도 자기 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 나아가 무종교의 진리는 무엇인지 까지도 고민하고, 공부하고, 행동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21세기 과학 문명의 시대인데, 종교인들은 이상하게도 진리보다 교리를 앞세워 울타리를 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교리를 진리라 말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을 자기 울타리로 들어오라 하지요. 스스로는 폭넓게 공부하지 않으면서 세상 다 아는 듯이 말하는 종교인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평생 공부하며, 교육하며 올해 인생 100점을 받으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가정이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 이웃, 국가와 민족,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역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에도 종교의 교리와 정치의 아집을 버리고 합리적 진리에 따라 해결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20.2.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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