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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책이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이 제목은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는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를 원용했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연구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듯이 질문하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하지 않는 걸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요. 하하.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질문하는 관습을 조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아집이 심한 것 같아요. 질문은 곧 의문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요,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왜(why)? 왜(why)?” 하고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라 하시는데, 실제로 질문하는 분위기를 잘 조성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에서 대화식으로 하겠다고 해 놓고도 진행하다 보면 일방적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의 수업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학생들 역시 잘 질문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시험 범위나 알려달라고 하지요. 예습해야 질문 거리가 생길 텐데, 학생들은 예습도, 연구도 하지 않고 강의만 듣고 시험 보아 학점을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태도는 주관식 답안에서 그대로 드러나지요.

이번 학기 안산대학 평생교육원 수업을 맡고 며칠 고민했습니다. 수강생들이 약간 발달장애 젊은이들이라는데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하고요. 서점에 나가 책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이 도서관이나 각종 공공기관, 단체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교육의 근본문제를 생각하게 되네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에 따르면 인간은 백지상태(tabula rasa)로 태어난다는데, 그래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이들에게 정말 어떻게 예쁜 그림을 그리며 살게 할 수 있을까, 계속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전 계룡서점에 나가 여러 분야 책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골랐습니다. 순수한 이 학생들을 위해서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너의 책 구매 방어정책을 잠시 잊기로 했지요. 이번에 산 책은 『인류의 기원』, 『인포그래픽 과학 팩트 가이드 과학원리』, 『한글 워드프로세서』 설명서 등입니다. 이 책들은 아주 근본적인 인간의 뿌리와 과학 상식, 그리고 우리 시대 문자 생활의 기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순수 위에 또 하나의 예쁜 그림을 그려주어야겠기에 저도 기본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어제는 너의 신차를 부드럽게 하려는 생각으로 차를 몰고 방송대학 대전지역대학에 가보았습니다. 대학도서관을 새롭게 확장하여 마음이 후련한데, 앞 공간에 가져가도 좋은 책들을 꽂아두었네요. 너는 그곳에서 좋은 책을 골랐습니다. 『무문자 사회의 역사』, 『세계 의회도서관』, 『글쓰기』 등등,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2월 중 이런 책들을 탐독하고 할 말을 준비해서 새로 만나는 친구들을 즐겁게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됩니다. 얼마나 너의 ‘설명 욕구’를 채울 수 있을지? 네, 책이란 한마디로 인간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는 ‘명품’인 것 같습니다. 이 명품을 명품 가방에 넣고, 늘 활용하고 다닐 때, 그 명품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습니다. 베이컨의 말대로 “아는 것이 힘”이니까요. 하하. 20201.2.1(토).

주. 백지상태(tabula rasa):

“글자가 씌어 있지 않은 서판(書板), (마음 등의) 백지(白紙)상태, 순결한 마음”을 뜻하는 라틴어로 영국 사상가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그의 첫 번째 저서 『인간오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1690)에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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