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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문화 동물의 역할

문화 동물의 역할

‘문화 동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보셨죠? 하하. 너도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왜 이 말을 꺼내냐고요? 그냥 심심해서요. ‘문화 곤충’이라는 말에서 ‘곤충’ 대신 더 폭넓게 ‘동물’을 넣어 본 것뿐이에요. 그럼, 사람도 동물이니까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너는 사람을 제외한 동물 중 사람이 문화적으로 활용한 동물을 ‘문화 동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고대 신화에서도 동물을 문화로 끌어들였었지요. 중동에서는 따오기, 중국에서는 소머리 신농씨, 우리나라에서는 곰과 호랑이, 그래서 이들을 ‘문화 동물’이라 해도 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올해를 경자년이라 부르는데 사람들은 올해 출생하는 아기에게 무조건 ‘쥐띠’라는 허리띠를 선물할 것입니다. 쥐도 예로부터 문화 동물이었나 봅니다. 하기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모두 ‘문화 동물’로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이 열두 동물이 해마다 차례로 사람의 허리띠 속에 들어오니까요. 하하. 그래서 올해는 쥐 차례랍니다.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쥐를 지혜의 상징으로 추켜세우던데요. 아마 그들의 생존의 지혜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쥐는 먹고 사는 생활의 달인, 아니 ‘달 쥐’네요. 요리조리 재빨리 몸을 피하면서도 먹을 건 다 챙겨 먹는 그런 면에서 쥐를 지혜롭다고 하는지요? 하하. 그런데 쥐는 인간에게 의료적 희생을 베풉니다. 실험 쥐 말이에요. 물론 인간을 잔인하다고 비판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온 생명의 먹이사슬을 생각한다면 인간도 그리 잔인하다고만은 치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서두가 길어졌네요, 무슨 말이냐면 너는 쥐와 디지털 문화의 관계를 얼버무려 말하고 싶었어요. 책상 위에 있는 마우스 때문입니다. 쥐처럼 만들어서 마우스라고 부르는데요, 실제로도 쥐처럼 재빠르게 화면 요소요소에 찾아가 우리들의 디지털 작업을 잘 도와줍니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해서 마우스를 만들었는지, 참 그 발명자 지혜롭네요. 이미 오래된 기술이지만, 오래된 기술도 정말 좋은 기술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천 기술들이 점점 우리 생활의 요소요소에 활용되면서 인간은 호모데우스가 되어가고 있다고요.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기술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도 좀 지혜로운 신이 되어갔으면 참 좋겠어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은 바보처럼 되어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인간이 만든 도구에 매몰되어 간다는 비판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과 기술에 균형을 이루는 평생 생활교육을 실현해야 할 텐데, 교육자를 포함한 위정자들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을 갈라 싸우기만 하니 좀 답답하네요. 경자년 지혜로운 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봅니다. 2020.1.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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