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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글방의 꿈

글방의 꿈

글방은 글을 읽고 글을 쓰는 방입니다. 예전의 서당과 비슷한데 좀 표현을 현대화한 거죠. 글방에는 회초리를 든 엄격한 훈장이 없고, 대신 자애로운 멘토가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합니다. 독서, 토론, 글쓰기를 주로 하지만, 간혹 서예나 미술을 안내하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글방은 주로 가정집에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이나 학교라고 하지 않고 ‘방’이라고 합니다. 안방, 주방, 사랑방, 놀이방, 어느 방이라도 글방이 될 수 있습니다. 참 개방적이지요?

오늘 대전 가양초등학교 인근 ‘아침 마을’ 앞을 지나다 한 가게를 보았는데요, 간판에는 “주방공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유리문 방 안에서는 네다섯 어린이들이 모여 바닥에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로 보이는 한 어른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길옆 가게 유리문 안의 평화로운 글방 모습, 김홍도라면 풍속도라도 그리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너는 그 글방 풍경을 부러워하며 인근 따로 국밥집으로 갑니다. 설 이튿날인데 문을 열었네요. 국밥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대전역을 지나 지하상가 산책, 지하상가도 거의 다 문을 열었네요. 인파는 오히려 평소보다 많습니다. 연휴 명절이라도 집에만 있기 답답하겠지요. 그런데 그 지하상가엔 글방이 없습니다.

천 원짜리 커피를 한잔 사 들고 계룡문고에 들어갑니다. 한산합니다. 벤치에 앉아 뜨거운 커피에 찬물을 섞어 마시며 서점을 벤치마킹해 봅니다. 서점도 좋은 글방입니다.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 서서 책을 고르는 사람, 책을 여러 권 사는 학생도 눈에 띄네요. 너도 인문학 코너에 가서 신간을 살펴봅니다. 새롭고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너는 "고전, 영어를 만나다"라는 책을 뽑아봅니다. 생활인이 쓴 책이라 훨씬 설명이 쉽네요. 동양고전의 명언들을 영어속담이나 생활영어 표현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네요. 열차 안에서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안 사면 안 되겠죠?

네, 글방, 글방은 어디에나 열 수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거죠. 이제 예전의 서당 대신 우리 생활인에게 우호적인 글방을 누구나 열어 거기서 학문을 소통하고 실행하는 일, 그곳이 도서관이든, 학교이든, 가정집이든, 가게든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너는 오늘도 꿈을 꿉니다. 글방,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철학이 있고, 문학이 있고, 과학이 있고, 행정학이 있는 그런 글방을 꿈꿉니다. 꿈과 현실이 다르다고 해도 꿈을 꾸면 꿈이 이루어진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잖아요? 그 꿈은 잠잘 때 꾸는 꿈과는 확연히 다른 정말 이루어질 수 있는 평화와 사랑의 자애로운 꿈이랍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 노래 좋네요. 거위가 날지는 못한다는데요, 그러니 날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나는 꿈을 꾸겠지요. 우리 인간도 날지는 못하지만 나는 꿈을 꾼 후 1903년부터 차츰 날 수 있게 되었네요. 20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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