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
나비는 문화 곤충입니다. 예로부터 인간이 문화적으로 많이 이용했으니까요. 등잔 대에도 머리핀에도 여성 구두 볼에도 나비 모양을 달아 멋을 부렸지요. 그래서 나비넥타이도 자연스러운 전통적 소품 반열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나비넥타이는 음악가나, 김동길 교수 같은 특별한 분만 착용하는 줄 인지하여 일반인이 착용하면 주위에서 좀 웃습니다. 그래서 너는 지금까지 나비넥타이를 착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 목도리를 사는데 그 옆에 나비넥타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원 아주머니와 상의하여 빨강 나비넥타이를 사고야 말았습니다. 심심한데 집에서 우쿨렐레 연습할 때 착용하다가 혹시 노인 복지관에서 공연할 기회가 오면 자연스럽게 찰 생각으로 말이죠. 하하. 처음 착용하니 어설프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거울을 보니 좀 젊은 느낌은 드네요. 빨간색이라 그런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악보를 보며 에델바이스, 섬집 아기, 꽃밭에서, 눈이 옵니다, 징글벨, 조개껍질 묶어, 가수원 길, 어머님 은혜, 연가, 스와니강물, 반달, You are my sunshine을 계속 쳐 보았습니다. 느낌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나비효과가 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작년에 “삶을 색칠하라”는 수필을 써서 화계사 사보에 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색칠하면 좋겠다는 다소 관념적인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너의 삶을 실제로 아름답게 색칠한 것 같아 마음이 좀 들뜹니다. 무딘 감정을 이렇게라도 좀 다스리면 내일의 해가 더 밝을지도 모르지요. 생활에 찌들어도 외로움이 몰려와도 박인희의 아름다운 인생 노래를 들으며, 너대로 집안을 치장하며, 신효범 가수처럼 슬플 땐 화장을 하며 삶을 색칠하다 보면 우리의 꽃 나비 열차는 아름다운 경적을 울리며 경쾌하게 달릴 것입니다. 하하. 2020.1.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