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설
“까치 까치 설 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 명절을 즐기고 기린 우리네 옛 동요입니다. 그땐 색동옷을 즐겨 입고 새 신발을 신었죠. 겉치장만은 아니었습니다. 조상님께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를 올리고, 이웃과 다정다감하게 살아가는 풍습을 몸소 익히고 실천하던 그 시절, 오늘의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보다 더 인간다운 사회였던 것 같습니다. 추억이라 그럴까요?
어제(금요일) 서울 갔다가 오늘 내려왔습니다. 업무차 갔지만 간 길에 아들 집에서 자고 왔지요. 너의 생각에 다음 주에 설 연휴가 드니 일찌감치 아들 며느리 손주를 만나 작은 설을 쇨 요량이었죠. 일 때문에 거의 밤 9시에 들어가니 손주가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사간 선물은 과자 3봉, 손자가 초코(초콜릿)라고 좋아하네요. 설에는 복잡할 것 같아 오늘 서울 온 길에 들렀다고 설명하니 잘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바로 단잠이 오지 않아 교보에서 산 책 『너무나 쉬운 재즈 화성학』을 좀 읽어보았습니다. 음의 조화에 관한 책인데 쉽지는 않지만, 쉽게 설명한 책이라 이해되는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재즈 화성학’은 ‘클래식 화성학’에 비교하여 붙인 일반 음악 전반의 화성학이라네요. 빨간 줄을 치며 메모를 하며 좀 보다가 독서 조명이 아니라 곧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며느리가 떡국을 끓였네요. 너의 방문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너로서는 오늘이 작은 설이 된 셈이지요. 하하. 떡국을 움푹한 큰 그릇에 담아 분량이 많은데 과식은 아닌 것 같아 다 먹었습니다. 김치까지 싹, 설거지하기 좋게 배려했지요. 떡국과 김치를 깨끗이 비우니 며느리가 다소 신기한 듯, 그래서 네가 말했습니다. 너는 예전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성을 길렀다고, 예전엔 다들 그랬었다고, 하하. 며느리도 미소로 수긍하는 모습입니다. 손주와 11시까지 놀다가 대전으로 출발, 손주와 손뼉 맞장구를 치고 나니 아들이 용돈 봉투를 건네며 차를 태워준답니다. 전철역에 걸어가도 되는데, 할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차를 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네요, 아파트 입주 준비, 차를 너에게 넘길 절차 등등, 입주를 위해 대출은 받지만 다 가능한 일이라며, 입주하여 살다 보면 몇 년 후에는 매우 유리해진다며 너를 안심시킵니다. 네, 너는 수긍하며 곧 전철을 타고 수원으로 와서 이미 예매한 15시 01분 열차표를 반환하고, 다시 급행 전철로 천안까지, 천안역서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으로 왔습니다. 차비가 2천 원이나 절약되네요. CD로 박인희의 노래를 계속 들으며 왔습니다. 노랫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 그리고 ‘얼굴’입니다. 그래 인생은 온통 사랑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사랑, 부처님도 자비 사랑, 공자님도 인자 사랑, 그래 우리 모두를 사랑하자고 저 푸른 하늘에 너의 마음을 띄워봅니다. ‘너의 모습’을 부른 가수 박인희처럼. 2020.1.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