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며칠 전 대전 흥룡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한 서예학원에 들러보았습니다. 간판엔 “서예와 급수 한자”라고 적혀 있는데요, 서예와 한문은 보통 할아버지 훈장이 담당하는데, 그 학원은 젊은 여성이 지도하고 있습니다. 서예를 배우는데 한 달에 수강료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그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고, 먼저 서예의 기본에 대하여 안내하네요. 대전대학교 서예 한문학과를 나왔다며, 학력을 소개하고는 구체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한글 서예인지, 한문 서예인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둘 다, 라 대답하고, 실은 집사람이 남긴 6폭 자수로 병풍을 새로 표구하려는데, 뒷면에 다른 사람의 글씨를 넣는 것보다 너의 글씨를 넣고 싶다고, 그래야 대물림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구체적인 목적까지 말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든지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강료가 얼마냐고 재차 물었더니 그제 서야 1주일에 3회 지도해주는데 7만 원이라네요. 저렴한 편이죠?
서예와 한문은 할아버지 훈장한테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너는 진작에 깨버렸습니다. 작년 가을에 인근 노인 복지관에서 노인이 진행하는 한문 수업을 들어보니 정말 구태의연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그 수업을 그만두고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데요, 가장 추천할만한 한문학습법은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의 국어사전 학습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 서당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현대식으로 가르치는 방법이죠. 국어 어원을 익히면서 해당 낱말의 영어까지 같이 알 수 있으니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만으로 서예를 배울 순 없기에 전에도 동사무소에서 노인이 진행하는 서예반에 가보았는데 역시 신통하지 않아 중단했었습니다. 그런데 병풍을 표구하려 하니 글씨가 필요해졌습니다. 사실 전에 K 선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병풍용 숙종 대왕 글씨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병풍은 집사람의 작품이기에 너의 글씨를 넣어야 후손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너의 글씨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너의 글씨는 매우 서투니 더 연마하여 잘 써보려는 의도입니다. 설이나 쇠고 그 젊은 선생님으로부터 서예를 배울까 합니다. 한문도 고전도 계속 젊어져야 하니까요. 2020.1.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