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잘했어요, 훈민정음

잘했어요, 훈민정음

세상일 모든 걸 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모든 걸 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하하. 너는 오늘 한가지 잘한 일이 있습니다. 화계사에서 원고료가 들어왔는데요, 이 돈을 청약저축에 넣었거든요. 그래서 청약저축 누계금액이 얼마가 되었을까요? 이건 비밀이지요. 하하.

그런데 오늘 우체부가 너에게 등기편지를 주고 갔습니다.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온 편지인데 열어보니 기초연금 자격 정지 통지문이네요. 너의 소득이 기초연금 기준 한계를 초과하여 연금을 중지한다는 내용입니다. 하하. 좀 서운하여 구청에 전화를 해보니 자세히 설명을 해 줍니다. 그래서 너는 기초연금 12만 5천원 받는 것보다는 너의 노력으로 수입을 더 늘리는 것이 훨씬 좋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잘한 거죠. 하하.

그건 그렇고, 요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소장자가 억지를 부리며 내 놓지 않는다는군요. 신문기사나 방송을 통해서 보고 있자니 그 소장자 참 어리석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그 책이 현재 그의 손에 있다하더라도 정상적인 사람 같으면 문화재청에 내 놓아야 마땅한데, 1천억을 내 놓으라며 버티고 있다고 하니 정말 치사한 인간이네요.

너는 남을 비방하거나 욕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건에 대해서는 정말 욕이 나옵니다. 개인이 문화재를 소장하면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세월 때문이지요. 벌써 그 소장자는 그 책을 일부 훼손하였다고 합니다. 화재로 책 하단이 불에 그을렸고, 또 책을 낱장으로 해체하였다고 합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책을 잘 간수하고 있느냐 물으니 대답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같으면 삼청교육대로 보낼텐데 지금은 법이 물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니 천상 그 소장자의 개과천선을 기다려야 할까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할까요?

너는 제안합니다. 차라리 상주본 회수를 포기하라고요. 소장자가 죽을 때 가지고 가라고요. 대신 전형필 님이 수집한 간송미술관 소장본을 복사하여 널리 배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몇년전에 복제하여 25만원에 판매한 바 있지만 그보다 더 원본에 가깝게 제작하여 전국 도서관, 전국학교에 배포하면 좋겠습니다. 돈이 들겠지만 이 방법이 훨씬 실효적인 방책 같습니다. 대신 간송미술관에 문화재 관리 예산을 더 지원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 참 안동문화방송에서 상주본 전체 내용을 촬영한게 있다니 그걸 복제 활용해도 좋겠네요. 2019.7.19.(금).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명의 배반  (0) 2019.09.26
여어득천  (0) 2019.07.24
놀이의 문화인류학  (0) 2019.07.16
조작적 정의  (0) 2019.07.08
우체부  (0) 201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