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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놀이의 문화인류학

놀이의 문화인류학

전통놀이는 전래놀이, 민속놀이 등으로 불러도 좋다고 합니다. 최근 어린이들과 놀다보니 네가 할 수 있는 전통놀이엔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걸 계속 반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놀이라서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예절이나 놀이도 교육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문제입니다. 사찰이나 교회에서는 불경이나 성경을 아무리 반복해서 말씀해도 괜찮고, 오히려 반복이 교화와 포교, 그리고 전문화에 더 좋다고 하는데요, 종교 사원 이외에서의 수업은 한번 한 걸 또하면 싫어하거든요. 어쩌면 우리 교육의 왜곡된 현실과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 때문에 모든게 꼬여 왔습니다. 그래서 입시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개선책들을 시행했지만 점점더 이상하게 되어버렸죠. 이제는 대학입시가 눈치보기로 둔갑했다죠? 왜곡된 사회와 왜곡된 교육의 합작품인가 봅니다. 하하.

과거의 일류 중고등학교는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평준화 덕분이겠죠. 너는 대전의 명문 대전고등학교 앞을 지날때마다 격세지감에 더하여 서글픔을 느낍니다. 최근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없애려고 혈안이 되어있다죠? 어느나라 교육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학문분야에서 노벨상을 하나도 못 타는 이유를 알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영재교육도 불모지인 것 같습니다. 영재를 한국에서 기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최근 송 아무개의 경우를 보면 잘 알수 있지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무리 영재라도 일반고를 보내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놀이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교육 이야기, 하하, 맥락이 좀 다른 데로 흘러버렸습니다. 아마 네가 20년 교육자를 자처하고 다니다 보니 요즘 교육적이지 않은 교육행정이 너무 답답해서 그랬나 봅니다. 각설하고 오늘 복지관 전통놀이 강좌에 등록하고 첫 수업에 출석하였습니다. 강사는 지난 학기 다도예절교육을 담당했던 공선생님이네요. 그 여선생님은 공자의 79대 손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네요. 수업계획서를 보니 지난학기에 실습하지 않은 여러 종류의 놀이들이 들어 있네요. 오늘은 일단 꽃따기 놀이를 배웠습니다. 단체로 편을 갈라 할 수 있는 놀이인데 “우리집에 왜왔니 왜 왔니?”로 시작하네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실습을 해보니 재미있고 새롭습니다. 어린이들과 인간적으로 노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엔 한밭중학교 앞 대형문구도매점에 가서 바람개비 재료, 제기 만들기 재료, 공기 알 한통을 샀습니다. 이런 것은 어릴 때 놀던 기억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가지고 놀 수 있지요. 아이들하고 노는 방법만 보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름에 더위를 견디며 어린이들과 재미있게 놀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익혀야겠습니다. 너의 놀이 메뉴의 저변확대를 위해서요. 그리고 너를 재미있게, 어린이들을 재미있게, 인류를 재미있게 하는데 일조해야겠습니다.

수업이 아닌 놀이는 지금도 가장 순수한 문화인류학인 것 같습니다. 놀이를 통해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올바른 호모사피엔스로 육성하여 일본의 반도체 원료기술을 능가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올바른 인간교육과 영재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극일을 하려면 우리의 소아적 감정부터 잘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2019.7.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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