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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여어득천

여어득천

여어득천(如魚得川)이라, 엊그제(2019년 7월 20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3층에서 본 작은 액자의 좌우명 글귀입니다. 그 액자엔 고기 魚자 대신 고기를 그려놓았더라고요. 미술 작품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글귀를 직역하면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처럼”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는 이 직역을 넘어서는 더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지요? 네 글자라 행간도 없지만 그래도 행간을 읽는다면 말이죠.

물고기는 물에 있을 때 살 수 있습니다. 물밖으로 나오면 곧 돌아가시지요. 그래서 물고기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람은 어떻습니까. 사람은 우선 땅위에 적정 산소가 함유된 맑은 공기가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저 글귀에 대입하면 여인득지(如人得地) 또는 여인득공(如人得空)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육체적인 삶이 전부가 아니기에 좀 더 복잡합니다. 정신적,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조건은 물고기보다는 차원이 다르지요. 인간은 자유와 평등, 공정과 존중의 질서를 필요로 합니다. 나아가 사랑과 자비, 보살핌과 배려를 필요로 합니다. 자유와 평등, 공정과 존중의 질서가 없는 사회는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사회입니다. 사랑과 자비, 보살핌과 배려가 없거나 적은 사회는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사회입니다. 위정자들은 이념과 친일 논리보다 자유와 평등의 논리, 공정과 존중의 논리, 사랑과 자비의 정신, 보살핌과 배려의 정신으로 지혜롭게 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지관에 가서 동구청 사회복지과로부터 너의 수입이 기초연금 지급기준을 초과하여 연금이 정지된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노인일자리는 기초연금과 연동되는 사업이라 일자리도 당연히 중지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연금 기준을 적용한다니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좋은 건물이 있는 부자들도 편법을 써서 소유권을 돌려놓고 기초 연금도 받고 일자리도 다니던데, 집도 없는 너에게 강사 수입이 기초연금 기준을 초과했다고 일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좀 공정하지 않은 일 같네요. 8월부터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어 참 아쉬워요. 유유. 2019.7.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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