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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어떤 강좌의 뒷맛

어떤 강좌의 뒷맛

몇해전부터 사회복지부문에서 노인을 ‘선배시민’으로 삼아 그들에게 일과 건강, 보람을 느끼게 하고 사회를 올바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하자는 제안이 공감을 얻어 전국 노인복지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배시민’, 평범하지만 노인이라는 의미가 드러나 있지 않아 듣기에는 참 좋습니다. 너도 작년 7월 대전으로 거처를 옮긴 후 복지관에서 선배시민 프로그램에 참가해 독서 동아리를 운영했었는데, 연말부터 지금까지 복지관 사정으로 중단되었었습니다. 그런데 금년도 선배시민 프로그램을 열기 전에 그 프로그램의 창안자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유범상 교수의 특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들으러 갔지요.

대전 3개 복지관 어르신들이 모여 강당이 보기좋게 어울린 오후 1시, 특강이 시작되었는데요, 강사는 먼저 동영상자료들을 여럿 보여 주며 강의를 실감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 성교육에서 사용하는 동영상의 문제점, 콜럼버스가 위대한 탐험가인가, 나쁜사람인가 등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각자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콜럼버스는 서양인들에게는 위대한 개척자이지만 인디언에게는 왜구와 같은 존재였다 했습니다. 또 자본주의가 좋으냐 나쁘냐, 질문을 하네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산 게 아니라 생각을 당하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헬렌켈러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는 헬렌켈러가 7세 때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장애를 극복한 데 까지는 잘 아는데, 그 후 몇 살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헨렌켈러는 당시 평균연령이 59세인 시절에 88세 까지 살았는데, 선배시민으로 살아서 그런 것 같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고, 평생 노동자의 편에서 사회운동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미국 CIA의 관리 대상이었다고도 했습니다. 첫시간 강의의 요지는 우리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사회를 비판하며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야 한다, 선배시민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너는 3시부터 지역아동센터 일자리에 나가야하는 상황이라 첫 시간 강의만 듣고 나왔습니다. 더 들어봐도 같은 맥락의 연속일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강의의 뒷맛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생각을 당하고 살았나? 능동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나? 자본주의가 정말 나쁜 건가? 노동운동은 다 올바른 건가? 자본주의 사회의 공장 기계가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사회주의 사회의 공장 기계는 안전한가, 이런 것은 이념과는 다른 문제 아닌가? 여러 의문들이 뇌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의식교육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사실 어떤 어르신 한분은 강의 시작 10분도 안 되어 나가버리더라고요. 너의 생각은 그 강사의 생각과는 좀 다릅니다. 생각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늙은이건 젊은이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균형감각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그 강사의 생각대로 생각을 당하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선배시민’은 어떤 이념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편가르기를 배제하고, 인간의 윤리질서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다 돌아가는 것이 최선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9.6.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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