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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서민 사상

서민 사상

서민 사상은 선민사상을 미루어 생각한 말입니다. 사전에는 없어요. 민중 언어에는 그런 개념용어가 아직 생기지 않았나 봅니다. 선민사상은 일찍이 유대인들이 스스로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 해서 만든 말이라지요. 선민사상은 신 중심 사상배경에서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Chosen People’이네요. 이렇게 보면 서민이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백성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2분법을 생각하고 이 말을 연상한 건 아닙니다. 불교를 공부하고 있으니까요.

너는 선민사상을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선택된 사람이라고 믿을 때 그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크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믿는 것은 자존감의 바탕일 것입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쩌면 선민사상에서 나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신을 상정하든 하지 않든 긍정적 의미에서의 선민사상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일을 성취하는 사회적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조심할 게 있지요. 이런 자신감이 지나치면 만용을 하게 되니까요. 뭐든지 자신이 제일인 것처럼 행동하면 남의 인정을 못 받게 되거든요. 너는 이런 사례를 제법 많이 보아왔습니다. 잘났다고 설치다가 낙마하는 정치인도 많이 보았지요. 하나님의 선택이 아닌 선거, 즉 민중의 선택을 받고도 그 후 활동을 제멋대로 해 낙마하는 사례, 누구라고 구체적으로는 지목할 수는 없지만, 한두 사람이 아니지요. 정치인이건 종교인이건 오십보백보 비슷비슷한 이중인격자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아마 서민들은 다 이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민 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다릅니다. 군주 시대에도 서민 정신에 투철한 왕은 성군(聖君)으로 역사에서 칭송하지요. 중국의 요순(堯舜) 임금이나 조선의 세종,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요. 곳곳에 정말 서민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엷어 보입니다. 서로를 헐뜯는 사회, 특히 뉴스 댓글을 보노라면 이 사회가 인간사회인지 악마사회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너는 선생은 학생 정신을 가져야 좋은 선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초중등학교건 대학이건 선생들이 학생 정신으로 공부해야 좋은 학생을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라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체 지도자들이 서민 정신을 갖고 직접 서민 정신을 실천해야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훌륭한 뜻을 가진 우리 서민 경제도 살아나지 않을까요? 다소 막연합니다. 하지만 이 막연한 것을 지혜롭게 구체화할 때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19.5.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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