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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항일과 극일

항일과 극일

항일, 지일, 극일, 화일. 일본과 우리는 이웃 나라지만 애증의 역사가 깊습니다. 예전부터 먼저 우리가 베풀었다지요. 백제가 문명을 전수해주고, 일부는 들어가 함께 살고,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침입했지요. 왜구, 임진왜란, 또 왜구, 일제강점, 강제징병, 강제노동, 위안부 차출 등등 역사적으로 우리를 몹시 괴롭혀 왔지요. 그래도 우리는 잘 지내보려고 무진 노력했답니다. 임진왜란 후 유성용의 화의론, 3.1 비폭력 독립운동, 1965년 한일회담 등으로,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일본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본과 화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는 너라도 일본을 알고, 극복하며, 화합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이 나이에 일본학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너는 일본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개별 일본인들의 예의와 친절, 그들의 학구열, 탐구열, 그리고 전 부문에서 이룩한 그 많은 노벨상 수상, 하하. 우리는 노벨평화상 하나 달랑 인데, 그들은 평화, 문학, 의학, 물리학, 화학 등에서 27명이 노벨상을 받았답니다. 인터넷에 물어보니 “2018년까지 일본은 비()서양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2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 중 3명은 수상 시점에서 외국 국적을 취득했고, 21세기 들어 자연과학부문에서 국가별로 따지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라고 가르쳐 주네요.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 출신 대학으로는 도쿄대학 11(물리학상 5, 화학상 1, 생리학·의학상 2, 문학상 2, 평화상 1), 교토대학 7(물리학상 3, 화학상 2, 생리학·의학상 2), 나고야대학 6(물리학상 4, 화학상 2), 홋카이도대학 1(화학상 1), 도호쿠대학 1(화학상 1), 사이타마대학 1(물리학상 1), 도쿄이과대학 1(생리학·의학상 1), 도쿄공업대학 1(화학상 1), 야마나시대학 1(생리학·의학상 1), 오사카시립대학 1(생리학·의학상 1), 오사카대학 1(물리학상 1), 고베대학 1(생리학·의학상 1), 나가사키 대학 1(화학상 1), 도쿠시마대학 1(물리학상 1), 펜실베이니아대학교 1(화학상 1), 로체스터대학교 1(물리학상 1),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대학 1(생리학·의학상 1), 켄트대학교 1(문학상 1),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1(문학상 1) 등이랍니다. 40명이지만 학사, 석사, 박사 등 같은 사람이 다른 대학에 가서 공부한 학위 중복을 제하면 총 27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는 대한민국은 뭡니까? 아무리 근대화 후발주자라지만, 좋은 대학도 많고, 각종 산업도 눈부시게 발전해왔는데, 노벨상으로만 놓고 보면 정말 낙제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먹고살기 어려워서 응용과학에 치중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래도 너무한 것 같지 않나요. 너부터 말이지요. 우리가 반성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는 언제부턴가 성실과 근면, 은근과 끈기, 정성과 효행의 문화를 버리고 대충대충 빨리빨리문화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대충 얼렁뚱땅 해치우는 문화랄까, 너도 대학, 대학원에서 그런 학생들을 많이 보았거든요. 리포트 대충 하자고 윙크하는 분도 있었죠. 하하. 정치인들도 그런 것 같지 않나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도 대충의 문화에서 온 것 같지 않나요? 요즘 정부 지원 연구개발도 단기성과를 요구하고 있어 장기연구를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던데요. 그리고 연구용역비를 연구책임자인 교수들이 착취한다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리고 있고요, 모든 부면이 성실, 정직하지 않으니 성과가 나온다는 게 되레 이상하겠네요.

이제 우리는 항일을 넘어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일본의 국민성, 근면성, 정직성, 친절성, 침착성, 질서의식을, 학문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배우고 그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과 화합하고 잘 지내야 합니다. 이런 말 하면 또 친일파 하나 나왔다고 할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우리는 일본을 미워해야 합니까? 100, 1000년 후까지 대대손손 일본에 대한 미움을 전수하며 복수해야 합니까? 자고로 실력 없는 사람이 실력 있는 사람을 비난만 하면 실력 있는 사람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과거의 일본 정치인들이 저지른 무례의 아픔을 잊을 수는 없지만, 과거의 아픔도 미래를 위해서는 이제 크게 승화해야 합니다. 베트남이 월남전에서 저지른 한국군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한국인 박항서 감독을 그들의 국민 영웅으로 대접하는 것처럼 우리도 발전적이고 평화적인 시각으로 다른 나라를 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너는 이제라도 일본학을 공부해보렵니다.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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