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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자소설, 사소설

자소설, 사소설

며칠 전 어느 독자분이 너의 글 ‘부산 여행’에 댓글을 달았네요. 칭찬의 댓글이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기분이 좋습니다. 그 분은 너의 그 글이 자소설 같다고 했습니다. 너는 자소설이라는 말을 의미상으로 유추는 할 수 있었지만 좀 생소해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다음 한국어 사전)

자-소설 自小說 : 허구적으로 지어서 쓴 자기소개서를 소설에 빗대어 이르는 말.

생각했던 것과 뉘앙스가 좀 다르네요. 역시 소설이라는 말에는 허구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사실 너의 글이 허구는 아닌데요. 여행에서의 체험을 좀 문학적으로 묘사했을 뿐인데, 그래서 너의 글은 소설이라기보다 기록문학이라고 정의하기로 합니다. 영어로는 다큐멘터리 Documentary. 그런데 오늘 일본의 소설을 공부하다 보니 사소설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또 사전을 찾아보았지요.

(다음 한국어 사전)

사소설 私小說 : 작가의 사사로운 경험을 허구화하지 않고 그대로 쓴, 사회성이 적은 소설

(다음 백과사전)

20세기 일본 문학의 한 형식 또는 장르. 와타쿠시 소설이라고도 함. 작가가 대개 작품 속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을 드러내어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소설은 20세기 초반 수십 년 동안 일본 문학을 지배했던 자연주의 운동에서 생겨났다. 이 용어는 고백소설과 '정신자세' 소설이라는 2가지 유형의 소설을 가리킬 때 쓰이는데, 고백소설은 흔히 자신을 비하하는 장황한 토로가 특징이며, 정신자세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생각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사소설 작가로는 가사이 젠조[葛西善蔵], 우노 고지[宇野浩二], 가무라 이소타[嘉村礒多], 아미노 기쿠[網野菊], 다키이 고사쿠[瀧井孝作], 오자키 가즈오[尾崎一雄] 등이 있다.

국어사전의 설명 중 “작가의 사사로운 경험을 허구화하지 않고 그대로 쓴” 것까지는 너의 글과 맞는데 그다음 “사회성이 적은 소설” 은 너의 글과 맞지 않네요. 하하. 그리고 다음 백과사전의 사소설 설명은 주로 20세기 초반 일본의 자연주의문학을 말하고 있어 너의 문학과는 좀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너의 문학은 그냥 ‘나의 문학’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문학은 날마다 네가 만나는 자연과 사회의 사실과 느낌을 기록하는 기록문학(Documentary)이자 일기문학이라고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너의 글이 허구(fiction)는 아니지만 ‘나의 작은 이야기’라는 뜻으로 ‘자아소설(自我小說)’이라고 해도 좋겠다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너의 글은 사회성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으므로 사회소설로도 인정하고 싶습니다. 너의 글은 너와 자연과 사회와의 대화니까요. 2019.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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