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와 받아적기
받아쓰기와 받아 적기는 언뜻 보면 같은 말 같습니다. 하지만 잘 보면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는 우리가 다 경험했듯이 글자를 배울 때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이 불러주는 말을 글로 쓰는 것입니다. 글자를 정확하게 익히는 연습의 방법이죠. 그러나 받아 적기는 글을 배운 사람이 강의, 회의, 방송, 기자회견 등에서 논의되는 내용 중 관심 있는 주요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일입니다. 받아쓰기 능력이 있어야 받아 적기를 할 수 있는 거죠. 하하. 메모의 내용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받아 적어야 망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책, 노트북이 나온 거겠죠.
그런데 요즘 언론에서 받아적기가 권력의 하수인이나 하는 행동처럼 나와서 좀 어리둥절하네요. 예를 들어 시진핑 앞에서 김정은이 메모를 했다고요, 물론 다른 곳에서는 목에 힘주며 거드름 피우다가 시진핑 앞에서는 메모했다니 그럴만하긴 하네요. 우리도 권위주의 문화가 남아 있어 높은 사람은 메모하지 않고 지시만 내리는 풍습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받아쓰기를 하며 글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비서를 많이 둔 권좌에 있는 사람이라도 국정회의, 외교회의 등 어느 곳에서든지 논의되는 내용, 건의하는 내용 등 주요사항은 참석자들 누구나 메모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중에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높은 사람이 메모하면 더 합리적이고 성실해 보입니다. 높은 사람이 독서를 하면 진실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보여주기식보다는 현상을 잘 파악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이 더 중요하겠죠.
2019년 새해도 벌써 18일이 지나가네요. 아직 설이 되지 않아 12간지 띠는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미 황금돼지띠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요 뭐. 새해엔 안 되지 안 되지, 하지 말고 돼지, 돼지 하자는 농담도 들려오네요, 하하. 우리는 새해에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서로 화해하고, 포용하며, 메모를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실천궁행(實踐躬行, 네가 다닌 중학교의 교훈) 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새해 들어 너는 복지관의 한 동아리 어르신으로부터 좋은 수첩 한 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도 메모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메모지들을 가방에 보물처럼 넣고 다니며 받아적을 기회를 탐합니다. 또 스마트폰에도 메모장이 있어 종이 수첩을 지참하지 않아도 메모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메모하고, 다듬어 글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을 실천하는 삶은 문명인의 모습입니다. 하하. 2019.1.1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