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인생경영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또 1년이란 세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해가 가고, 달이 가고, 그래서 세월이 가고. 사실 인간이 시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초, 분, 시, 일, 월, 년, 광년, 십겁, 영겁 등 시간의 단위는 만들었습니다. 공간도, 인간이 공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거리, 면적, 부피 등 공간측정 단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네요. 특히 인간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며, 자신들의 육체와 정신의 시공간까지도 과학적으로 연구하며 삶의 조건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올 3월에 타계하신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1~2018.3) 박사는 1988년 『시간의 역사 Brief History of Time)』 라는 책에서 우주가 대폭발에서 시작했다는 빅뱅 이론, 우주의 역사, 우주의 미래와 종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Brief Answer to the Big Question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이라는 박사의 유작이 출간되었는데, 국내 신문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신은 없다』라고 번역, 소개했네요. 제목으로 보아 이 책도 의미깊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시사용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고, 시간 여행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니 우리의 이 세월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너로서는 잘 알지 못하겠네요. 하지만 우리 앞에 신비로운 세월이 오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너는 올 7월에 거처를 한밭으로 옮기다 보니 일 때문에 기차를 타고 다닐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기차의 등급과 운임은 속도에 비례한다는 경제 논리에 따라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저렴한 무궁화호를,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땐 비싼 고속열차(KTX, SRT)를 타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우리가 산다는 것은 다 이 시간 관리의 문제라는 것도 문득문득 느끼게 되더라고요. 또 한편 너의 공간이동 거리는 광대한 우주 공간에 비하면 매우 짧지만, 이렇게 매일 움직이며 다녀야 하니 산다는 것은 또 공간이동의 문제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 삶은 이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극히 짧고 좁은 시공을 사용하며 그 속에서 나름대로 많은 업을 짓는 것이라는 ‘시공과 업의 상관관계’도 나이에 비례하여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세계적, 국가적, 지역적, 개인적으로 수많은 ‘시공간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국내·외 정치적 갈등도 여전히 해저 화산처럼 깊게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종단에서도 갈등이 많았고요, 개별 국민도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안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호킹 박사의 전망대로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계속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운 문제라 너는 나름 이렇게 생각하여봅니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다 마음의 문제라고요. 호킹 박사가 『신은 없다』고 한 것은 허황하게 상정한 조물주나 귀신이 없다는 것으로 인간의 마음, 정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라고요. 너는 마음, 즉 정신이 병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거의 매일 목격합니다. 늦은 저녁에 기차역에 내리면 역사 출입구나 지하도에서 거적때기에 의존하여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날도 추워지는데요. 다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분명한 사정은 그들은 정신이 절반쯤 나갔다는 것입니다. 또 수원역에서 이상한 복장으로 벙거지를 쓰고 말도 안 되게 연설하고 다니는 여성을 보았습니다. 그녀 역시 정신이 절반쯤 나간 게 분명합니다. 여러분! 또 한 해를 보내며 모두 정신을 차리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마음에 새기며 세월의 시공을 멋지게 경영하시길 기원합니다.
2018.10.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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