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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보문산 일요법회 참관기

보문산 일요법회 참관기

대전으로 온지 2주일, 어제 한 동네 살던 동창에게서 문자가 왔다. 일요일 일정이 어떠냐는 것, 그래서 텅 비어 있다고 답을 보냈다. 그랬더니 그럼 보문산에 있는 어떤 절로 오라는 것이었다. 인동에서 802번 버스를 타고 보문산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길안내도 정확하게 해주었다. 그래 오늘 그 길을 가보았다.

 

여 동창 둘을 만났다. 오래간만에 보는 그들, 세월로 인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그랜드 마더가 되어 있었다. 걸음걸이도 좀 부실해 보이는데, 그 둘은 너를 법당으로 안내했다. 법당에는 금색 부처들로 찬란했다. 바닥에는 쌀을 가득 담은 커다란 공양미 그릇이 족히 100개는 넘어 보이는데 공양자의 이름을 적은 축원카드가 그릇마다 꽂혀 있었다.

 

너는 노란 방석을 하나 바닥에 깔고 다른 분들이 하는 대로 절하고 염불을 따라했다. 독경은 여승이 리드했다. 익숙한 솜씨로 천수경부터 목탁으로 박자를 맞추며 빠르게 외우는데, 어느 절이나 그러하듯 스님이 숨을 고르느라 독경 한 구절을 놓치면 신도들이 그 구절을 절묘하게 이어 보완해 나간다. 독경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어서 남자 스님의 강의, 그 스님은 참석자들을 무지한 것으로 보고 초등학생들에게 말하듯이 알았죠?, 아셨죠?, 하며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중생은 부처님이 버린 것을 가지려고 한다, 행복하게 사는 길은 모든 걸 버리는 것이다, 요약하면 첫째는 이고득락離苦得樂, 즉 고통을 버리고 즐거움을 얻는 일, 둘째는 육도윤회六道輪廻에서 벗어나는 일, 셋째는 이타적인 삶을 사는 일이라 했다.

 

백과사전에 보니 육도란 여섯 가지의 길로 지옥도地獄道, 아귀도餓鬼道, 축생도畜生道, 아수라도阿修羅道, 인도人道, 천도天道라 한다. 하하. 이런 여섯 가지의 길도 부처님이 설정한 가설일까? 가설 검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사람들이 착하게 살도록 유도하는 가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스님은 육도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일까? 그러면서도 법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지식을 가지고 평가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하.

 

너는 스님들의 강의나 법문을 들을 때마다 좀 더 경전중심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경전을 바탕으로 하여 현실 문제를 설명하는 것이 불교 수행자 및 포교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그냥 대중 강연하듯이 1시간 말씀하는 것은 어딘지 좀 식상하며 그런 강의는 법문이라기보다 하나의 보수 잡담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았죠?, 아셨죠? 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겸손한 불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한 불교에 대하여 마치 다 아는 듯이, 부처님보다 더 아는 것 같이 말하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스님이나 재가불자나 부처님의 제자들은 겸손한 미덕부터 갖추어 경전의 참뜻을 새기고, 이해하고, 실천하고, 전파해야 한다고 본다. 욕심을 버리라면서 신도들에게 백중기도, 천도기도, 수능 백일기도 등 비싼 기복을 행하게 하는 것은 좀 이율배반 같다. 부처님은 버리라 했는데 절은 공양이라는 이름으로 더 거두어들이려 한다.

 

그래서 너는 이런 생각을 했다. 다 버리라지만 살아 있는 한은 다 버릴 수 없다.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다. 그래서 열심히 벌어서 착하게 베풀고 쓰는 것이 불교의 정신에 더 맞을 것 같다. 궁극에는 버리더라도 살아 있는 한은 다 버리면 안 된다. 인간은 삶이 중요하다. 살아야 불교도 믿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너는 돈 좀 실컷 벌어서 실컷 써 보게 해주십사는 서원을 품고 기도를 마쳤다. 이어서 동창들과 함께 절에서 베푸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201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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