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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결자해지

결자해지結者解之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보니 결자해지란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풀어놓았네요. , 그렇죠,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고, 또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우리 인생의 근본문제에 확대 적용해도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불교적인 마인드로 보면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결자(結者)일 테니까요. 물론 우리생명의 탄생은 부모님의 은덕입니다. 그런데 영겁의 세월에서는 스스로 어떤 생명의 씨앗이 부모님과 인연이 되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자신의 결자인 셈이지요. 그리고 생후에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문제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사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왜 1800년대나 2300년대에 태어나지 않고 하필 이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가? 현생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다 자신이 맺어 놓은 풀기 어려운 숙제일 것입니다. 너는 지난 527일 어떤 모임에서 만남과 인연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어 본적이 있습니다. 그 때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 시절인연이었습니다. 네가 이 시절에 살고 있기에 너와 인연이 닿는 인생을 만나고, 그 가운데 아들 며느리도 만나고 손주도 만나고, 그 인연들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어떤 연유로 멀어져버린 형제자매, 부부, 부모자식, 일가친척, 이웃, 그 이별의 인연이 크고 작은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 모든 행불행의 인연이 다 자신이 알게 모르게 맺은 업보라는 것입니다.

 

너는 결자해지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불자해지佛者解之라는 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위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를 배우고, 깨닫고, 실천하는 불자들은 자타의 인생문제를 능히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대한 불제자인 관세음보살은 모든 중생의 문제를 해결하여주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관세음보살을 염불합니다. 나아가 불교경전을 읽고, 쓰고, 깨달고 실천하면 그 지혜가 더욱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너는 요즘 한용운 스님이 1914년에 편찬하신 불교대전佛敎大典을 현대어로 번역하며 가끔 무릎을 치고 있습니다. 불교대전이 인용한 화엄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원문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대어 번역 부분만을 소개합니다.

 

비유하면 해가 염부제에 떠올라 수미산 등 높은 산에 먼저 비추고, 다음에 흑산에 비추고, 다음에 고원을 비춘 연후에 모든 대지를 비춘다. 하지만 해는 여기에 먼저 비추고 저기에는 나중에 비추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대지에 높낮이가 있기 때문에 비치는 순서에 차별이 있는 것이다. 여래의 설법도 이와 같아서 무한한 진리의 지혜를 성취하여 항상 걸림 없는 지혜광명을 비추시니 보살의 큰 산에 먼저 비추고, 다음에 연각에 비추고, 다음에 성문에 비추고, 다음에 선근을 결정한 중생에 비추어 그 심기(마음의 그릇)를 따라 광대한 지혜를 나타낸 연후에 일체중생 및 사악한 자에게도 비추어 광명이 모두에게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래의 지혜 광명은 본래 이런 차별의 의도가 없으니 광명을 발하여 평등하게 아무런 장애 없이 널리 비추는 것이다. 다만 중생의 지혜에 높낮음이 있어 비추는 순서에 차별이 있을 뿐이다.

 

태양의 빛과 여래의 광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비추는데 대지의 고저와 지혜의 높낮이에 따라 빛을 받는 순서가 다르게 된다는 이 말씀, 곧 모든 것이 불자들의 지혜 수준에 달려 있다는 이 말씀이 너에겐 정말 딱 와서 꽂히더라고요. 우리가 불자이니만큼 모든 문제를 부처님의 말씀대로 해결해 나가면 안 풀리는 문제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문제는 다 어리석은 인연의 소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인생의 문제를 불자해지의 정신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모든 인생문제를 부처님처럼 원만히 풀어나갈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세계평화를 달성하고 자손만대 영원히 행복한 불국토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너는 이제부터라도 불자해지의 정신으로 이 시절인연을 만나고 싶습니다201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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