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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산사와 유네스코

산사와 유네스코

 

2018년 무던히도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열대도 모자라 열대로 변해간다는 기후변화 진단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네요. 우리 중부지방에서도 감귤, 바나나 등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 이게 다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까요? 아니면 지질시대와 같은 지각변동의 예고일까요? 너로서는 판단하기 참 어렵습니다. 아마 부처님은 아시려나요?

이번 여름에도 너는 사찰투어를 좀 했습니다. 계룡산 갑사와 숭산 스님의 국제 선원 무상사를 참배한 다음, 청도 운문사에도 가보았습니다. 갑사甲寺는 갑을병정甲乙丙丁의 순서로 볼 때 제일 높은 이름을 가졌네요. 무상사無上寺 역시 더 높은 곳이 없는 절이라니 불교적 사유의 프라이드가 느껴졌습니다. 두 절 다 계룡산 자락의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더위에도 물소리 새소리 청량한 환경 속에서 잠시나마 위대한 불법佛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도 운문사는 출입문에 호거산운문사虎踞山雲門寺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이름으로 볼 때 호랑이가 산등성에 걸터앉아 세상을 관조하는 산, 구름이 유유히 드나드는 대도무문의 절이라는 걸 너대로 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사들 정말 아름다운 사유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산이 아니라면 절이 저렇게 아름답고 인자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역사적으로 조선조에서 숭유억불崇儒抑佛하는 바람에 절이 산으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때 창건한 천년고찰들도 주로 산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너는 산에 갔을 때 절이 없으면 정말 허전하고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산에는 절이 있어야 선근善根의 사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에는 한국의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낭보가 있었습니다. 20186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제42차 회의에서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 세계유산으로 확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일곱 절은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양산 통도사,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 네가 가보지 않은 절도 두 곳이나 있네요. 다음 여름엔 아니 어느 계절이든 시간이 되면 못 가본 순천 선암사와 안동 봉정사도 꼭 가보아야겠습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들지 않은 수많은 산사들, 그 산사들이 서운해 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말 속에는 한국의 산사들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사는 어느 절이나 문화재 아닌 곳이 없습니다. 한국사에서 불교사를 제외하면 과연 무엇이 얼마나 남을까요? 주로 왕위찬탈과 외세의 침입, 전쟁과 이념논쟁 뭐 그런 게 남을까요? 한국의 산사는 비단 역사문화재를 넘어서 우리 정신문화 의 터전이라 생각되어요. 그래서 너는 이번 한국의 산사 유네스코 등재를 우리 모든 산사의 쾌거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이 우리 금수강산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백성들의 올곧은 삶을 깨우쳐 주는 곳 산사,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자비롭고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게 이끌어 주는 곳 산사,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행복합니다.

너는 이번 여름, 한국의 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기쁜 소식을 듣고, 몇 군데 산사를 여행하며 다시 한 번 불자로서 사유의 폭을 좀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불교 종단의 소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불자의 마음 의지 처는 오직 석가모니부처님이지 종단 행정가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의 영원한 부처님은 오직 시아본사 석가모니불과 자기 자신이라고 믿고 흔들림 없는 신행생활을 유지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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