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지리 도서관(Library IN Living Geography
생활 지리. 우리의 일상생활의 배경이 되는 인문지리를 이렇게 표현해 본 것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비교하여 우리가 매일 돌아다니는 지역을 말이죠. 요즘 ‘생활SOC’라는 말이 유행하는데요, 아마도 근린생활의 기초시설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SOC는 Social Overhead Capital의 약자라지요, 우리 말로는 사회간접자본이라고 경제학적으로 번역했네요. 국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마련한 거대 자본, 즉 도로(교량, 터널), 항만, 철도, 운동장 등등이라지요. 이에 비교하여 생활SOC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세세한 SOC, 즉 주거지역의 공원, 도로, 유치원, 학교, 도서관, 복지관, 공중화장실 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너는 돌아다니면서 꼭 필요한 것이 공중화장실임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다니는 길목마다 좀 더 좋은 화장실을 알아두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수서역 SRT 화장실, 수원역 2층 애경백화점 화장실, 대전우체국 화장실, 국민은행 화장실 등입니다. 그런 화장실은 냄새도 향기롭고, 비데(bidet)라는 것도 있어 화장할 때 참 쾌적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곳을 이용할 땐 마음을 정화할만한 책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먹고 화장을 한 다음, 너의 경우는 도서관에 가고 싶습니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생활 밀착형 도서관 말이에요. 그런데 네가 나다니는 길목에서 좋은 도서관을 만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또 있더라도 길손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는 도서관은 별로 없지요. 큰 도서관은 서비스가 별로 없고 친절하지도 않아 갈 때마다 기분이 별로고 작은도서관은 인근에 없으니 차라리 도서관을 하나 차리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너는 송파에서 작은도서관을 하다가 이사하느라 접었지만 이사한 곳에서 다시 개인도서관을 개관할 각오는 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공도서관이 제법 많이 늘어났습니다. 2017년 한국도서관연감에 의하면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공도서관 1,010곳, 작은도서관 5,914곳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경기도에는 공공도서관 244곳, 작은도서관 1,361곳이 있어 공공도서관의 24%, 작은도서관 23%가 경기도에 몰려 있는 셈입니다. 경기도는 도서관정책을 잘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화성시에는 작은도서관팀 조직도 있더군요.
2018년 8월 하순부터 9월 말까지 너는 운 좋게도 경기도 내 작은도서관 99곳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마트 폰 길 찾기 앱을 찍고 처음 가보는 도서관들, 그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었지만 하나 공통되는 점이 있다면 정규직 사서나 직원이 없다는 것, 자원봉사들이 겨우 꾸려간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열정적인 담당자가 있는 도서관은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실행할 뿐 아니라 인근 단체 및 학교와 MOU를 맺어 협력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열정적인 봉사자가 있는 사립도서관보다 정규직원이 있는 공립 도서관들이 프로그램 면에서는 덜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 공공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노력은 지속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정책 방향의 설정과 예산지원은 매우 미흡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및 의견이 정책에 별로 반영되지 않으며, ‘책 읽는 도시’ 같은 좋은 정책도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도서관을 독서실로 여기는 사람들도 도서관의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도서관 활성화 방안은 대략 3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도서관에 열정적인 사람을 배치해야 합니다.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줌마)에서 모셔오더라도 열정적이고,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분이 도서관을 경영해야 합니다. 둘째, 일자리 정부는 도서관에 일자리가 많다는 걸 좀 알아주십시오. 최근 대통령께서도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언급하셨다는데 그 말씀을 구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여 주세요. 셋째는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이 독서실과는 다른 주민 소통의 공간이며 인성교육의 장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도서관인 모두가 마케팅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화장실을 잘 경영해야 좋은 화장실이 구현되는 것처럼 도서관도 잘 경영해야 좋은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는 이 글을 쓴 다음 대전우체국 화장실에 또 가보고, 최근 목척교 옆에 문을 연 애트(AT)라는 북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실까 합니다. 그 북카페를 진짜 좋은 작은도서관으로 만들라고 꼬드겨 볼까 합니다. 그 카페엔 쾌적한 세미나실이 있을 뿐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역사, 전통 건축 등 인문학책이 많이 있답니다. 그런데 화장실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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