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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세종호수 해맞이

세종호수 해맞이

또 새해 광명의 행복을 맞습니다. 어제 세종에 갔지요. 친형보다 우수한 형심(兄心)의 소유자 Y형의 초대를 받았죠. 어제 저녁때 가려 했는데 어제 오전, 점심때 오라는 형수님의 전화를 받았네요. 점심에 메기 매운탕을 먹고 서해안에 가 일몰 광경을 본 다음 오늘 세종에서 일출을 보자는 멋진 제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전역에서 전철을 타고 종점 반석역에 내려 1004번 광역버스를 탔습니다. 광역버스가 바로 첫 마을 6단지까지 데려다 주네요. Y형이 버스정류장에 나와 따뜻이 맞아주시네요. 하하

메기 매운탕을 주신다더니 점심은 해물칼국수, 매운탕은 저녁에 먹자고 하시네요. 일단 해물 칼국수를 맛있게 먹어치웠지요. 그런데 형이 2시간 정도 일을 하고 오신다 해서 2시간을 여사님들 두 분이 있는 그 아파트에서 머물기가 좀 어색할 것 같아, 형 일하는 데 따라가면 안 되겠느냐 했더니, 몇 분 후에 형의 역제안, 2시간동안 국립세종도서관에 가 있는 게 어떠냐고요, 하하, 도서관을 좋아하는 너를 이렇게 알아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국립세종도서관에는 2013년 겨울 동문회 회원들과 단체로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제 5년 만에 너 홀로 탐방할 기회가 생겼네요. 도서관에 들어가 봅니다. 깔끔하고, 멋지고, 참 좋은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어옵니다. 어린이자료실에는 어린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책을 보며 놀고 있네요. 사서에게 말을 걸어보니 사서도 친절하네요. 어린이자료실에서 호수공원으로 나가봅니다. 호수공원 다리는 세호교, 세종호수교를 줄여서 세호교라고 한다는군요. 그리고 스페인말로 cejo(세호) 라는 의미도 덧붙여 놓았네요. 해가 뜬 뒤 강이나 개울에서 일어나는 안개라고요. 하하.

호수공원에서 도서관 외관을 감상하고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옵니다. 일반열람실 그리고 디지털자료실에 고객들이 꽉 차 있습니다. 회원증 발급 대상은 전 국민, 국립이라서 그렇다고요, 잠 좋습니다. 회원증을 만들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입력을 하는데 한번 실패하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방법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그래서 입력에 성공, 회원카드를 받으러 직원에게 당도하니 네가 2005년도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든 회원카드가 있어, 둘 중 하나를 취소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좀 해달라 했더니 여러번 시도를 하는데도 불가능이라네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본인이 직접 취소를 해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시는데, 직원은 친절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니 떨떠름합니다. 결국, 회원증을 갱신하지 못하고 1시간을 허비했네요. 유유. 사서들은 친절한데 회원증 갱신도 제대로 못 하는 회원 관리 시스템, 이런 데서 도서관의 서비스 점수가 깎일 것 같습니다.

오후 4, 서해안으로 갑니다. Y형의 운전 솜씨는 예전과 다름없습니다. 좀 와일드, 하하. 산타페는 지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는데 대천해수욕장에 이르기 전에 해가 져버려 결국 낙조를 감상하지 못하네요. 관광지라 호텔, 모텔, 식당이 즐비한데 일행은 해물 조개구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조개구이를 먹는데 엄청 비싸네요. 1인당 25천 원이라니 4명이면 10만 원, 너는 네가 쏘겠다고 장담하며 무한 리필 조개구이를 실컷 먹었는데, 결국 네가 쏘지 못했습니다. 형수님이 계산을, 참 미안합니다.

돌아오는 길, 운전은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신 다른 여사께서 담당, 훨씬 운전이 안정적이네요. 하하. 너는 술기운에 잠에 빠졌습니다. 세종에 다시오니 10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술이 깨려는데 Y형이 또 술을 먹자고, 이젠 큰 컵으로 마시자네요. 지나간 이야기들, Y형이 너에게 욕을 해도 듣기에 기분이 좋았다는 둥, 네가 회사를 나갔을 때 통곡을 했다는 둥 눈물 어린 행복한 이야기들이 밤을 수놓는다고 해야 되나? 하하. 너는 큰 컵으로 소주를 마시고 또 잠에 떨어졌네요. 깨어보니 9, 해맞이하러 세종에 왔다가 해맞이를 못 했습니다. 일행은 너를 깨우다가 안 일어나서 세종호수에 가 해맞이를 보고 왔다며 너를 놀려댑니다.

진짜 새해부터는 아무리 즐겁고 기분이 좋아도 술은 3잔만 마셔야겠습니다. 아침은 형수님표 떡국, 점심은 아구탕집에 가서 아구지리를 먹습니다. 저렴한 아구탕 값은 네가 쏘았네요. 이번 세종-서천 여행에서의 수확은 도서관다운 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관람, 서천 조개구이 포식, 새로운 친목회 결성, 그리고 다른 여사님이 찍은 일출 사진 2장입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대전으로 환향하는 데 착한 조카로부터 전화가 오네요. 새해 인사를 왔는데 못 뵈었다고, 떡국이라도 같이 먹으려 했는데, 삼촌한테 제대로 인사를 못 했다고, 미안해하는 조카는 틀림없는 효자입니다. 석진아, 고마워!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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