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달맞이
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13시부터 17시까지 틈새 공강 4시간 동안 김 군, 최 양, 이 군 등 60년대 초등동창 3인이 안양 삼막사길 옆 식당에서 특별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주꾸미 덮밥, 도토리묵, 지짐, 피자, 그리고 커피까지 구세대인데도 신세대처럼 놀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네가 쏘았지요. 3만 8천 원. 하하. 지금까지 누누이 김 군과 최 양으로부터 받은 수혜를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요. 하하.
함포고복(含哺鼓腹) 후 너의 야간강의 시간 5시 30분까지는 3시간, 이곳 안양에 사는 최 양이 제안을 합니다. 인근 경인교육대학교 교정을 걸어보자고요. 열흘 전까지는 코스모스가 대단했었는데, 이제 아마 다 졌을 것 같은데, 그래도 산자락이니 걸을만할 거라고요. 그래서 김 군과 이 군은 흔쾌히 동의했지요. 곧 최 양이 향도를 시작합니다. 운동 삼아 계속 걸었지요. 10분도 안 걸었는데 산 아래 넓은 평지에 캠퍼스가 전개됩니다. 건물 간격도 시원시원한데 기숙사도 있고 도서관도 있네요. 너 혼자라면 도서관에 들어가 보겠지만 참았습니다. 코스모스밭이 넓은데 꽃은 모두 져버리고 빛바랜 줄기 집단만 남아있네요. 씨가 달려있는데, 저 씨가 생명을 낳을 수 있느냐고 꽃 전문가 최 양에게 물으니 고개를 젓습니다. 아 그렇구나.
교정을 한 바퀴 돌고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최 양이 대추차를 한잔하고 가자네요. 좋지요, 좋지요, 대추가 보약인데, 예전에 어른들께서는 대추 보고 안 먹으면 쉬 늙는다는 우스개도 하셨었지요. 값은 한잔에 6천 원인데 김 군이 3인분을 다 냈습니다. 분량은 작은 공기로 한 공기, 대추 죽이로군요. 정말 보약 같습니다. 1시에 점심을 먹고 4시에 대추차를 먹으니 간식으로는 훌륭합니다. 제목이 석수천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길을 따라 내려오니 노란 꽃이 피어있네요. 최 양께 물으니 달맞이꽃이라면서 꽃을 하나 따서 너의 코에 대 주었습니다. 와, 향기가 감칠맛이 나는군요. 그러나 너는 그 꽃을 물에 띄워 보냈습니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악수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너는 학교 강의실로 돌아오며 싸한 가을 기운에 동창들의 따뜻한 여운을 느끼며 시 한 수를 읊었습니다.
황혼 달맞이
황혼 교정을 거닐며
우주의 씨앗을 품고
아직도 향기로운
우리
함께
오늘 노오란 달맞이 가요.
ㅋㅋㅋ, 헐!
2018.11.1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