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여권

여권

너는 요즘 시간만 나면 인근을 염탐하고 다닙니다. 염탐이라고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고요, 우리 삶의 환경과 도서관에 관한 관심이랄까요, 여기저기 도서관을 탐방하러 다닌다는 말입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딱 맞지요. 네가 도서관에 관심을 놓지 못하고 거의 매일 돌아다닌다는 것은 절대로 너의 자랑이 아닙니다. 일종의 습관이니까요.

그런데 어제 새로운 말이 떠올랐습니다. “습관과 고정관념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습관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진리가 보인다는 뜻이지요. 예전에 누군가 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너는 네가 지어냈다고 기뻐하며 어디를 가든 일단 너의 습관과 고정관념을 접고 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어제는 월요일 네가 쉴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에 갱신 신청한 여권을 찾으러 동구청에 갔지요. 311번 버스를 타고, 514번으로 갈아타고요. 구청 앞 도로와 건물 주변에는 온갖 나무들이 울긋불긋 가을 황혼을 자랑하고 서 있네요. 너는 나무들께 한 마디 던져봅니다. “, 너희들은 황혼인데도 어쩜 그리 아름답니?, 너희들은 마음이 무척 아름다운 족속인가 보다. 사람들은 마음이 고약해서 그런지 황혼에는 백두(白頭), 광두(光頭), 주름진 바탕에 저승꽃을 피우는데, 그래서 우리친구들은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데 말이야.” 하하.

일단 여권을 찾고 시간이 자유로워 구청 청사를 서성여 봅니다. “가오도서관이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 구청 청사에 도서관? 너는 눈을 퍼뜩 뜨고 그곳에 가려는데 월요일이 휴일이라네요. 그래서 천상 다음에 와야겠다 하고 돌아서 구청 뒤뜰로 가보았습니다. 넓은 주차장, 저편에는 어느 인걸의 무덤 하나, 그리고 또 나무들이 오색 단풍을 자랑합니다. 마침 전동차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출동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너는 영어의 의지 미래 will과 발음이 같은 야쿠르트를 하나 사 마셨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장래에 꼭 일본의 도서관들을 견학하자고 의지를 다졌죠. 하하. 지난 9월에는 국내 여러 도서관을 탐방했으니 일본에 한 번 가서 도서관을 좀 배워보자고,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고 동네도서관을 멋지게 그려보자고. 하하. 2018.11.6.().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혼 달맞이  (0) 2018.11.18
선관  (0) 2018.11.12
선배시민 간담회  (0) 2018.11.04
쌀 한 가마니의 행복  (0) 2018.10.30
통영 모둠관광  (0) 201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