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통영 관광
2018년 10월 28일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첫 경험인 셈입니다. 하지만 오해는 마십시오. 관광 경험이니까요. 하하. 고향 친구들, 중등 동창 9명이 다른 팀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탔습니다. 너희 모둠 인원이 버스 한 대 분이 못되어 선택한 것이니 모둠 관광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약간 묻지 마 관광 냄새는 풍기네요.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서 약속장소인 대전 서부교육지원청 앞으로 갔습니다. 7시 40분까지 오라는데 너는 7시 20분에 도착했습니다. 한번 지각한 경험이 있어 신경을 썼더니 오늘은 너를 이겼습니다. 사소한 일에 너를 이기는 것, 이것이 참 승리일 거라고 자화자찬해 봅니다. 그런데 너보다 더 일찍 나온 동창도 2명이나 있네요. 그들도 진정한 승리자군요. 교통 사정이야 어떻든 말이죠, 하하.
모둠 관광버스는 8시에 나타났습니다. ‘한라관광’이라는 제목의 버스인데 앞 유리에 “만지도 2호”라는 네온 글자를 비추고 있네요. 버스 1호가 있다는 이야기. 요즘은 그야말로 일렉트로닉 세상 같습니다.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에는 메카트로닉스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기계공학인 미케닉스(mechanics)와 전자공학인 일렉트로니스(electronics)를 합성한 과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언어적으로는 말이죠. 그래도 인터넷을 찾아보았습니다. “메카트로닉스학과는 기계 분야를 기초로 하여 전기·전자공학을 복합적으로 연계시키고 산업시스템에 실제로 적용하는 학과로 특히 역학을 중심으로 기계의 운동을 지배하는 근본원리와 전기 전자 계측, 구동, 마이크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등을 교육한다.” 이렇게 나오네요. 인하대학교 메카트로닉스 학과 소개 글 일부랍니다. 기계를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시대, 물리적 기계에 물리적 정신을 불어 넣은 게 자동화일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도 그런 개념 아닐까요? 하하.
버스에 올랐습니다. 모둠들의 구분은 어렵지만, 공통요소는 있어 보이네요. 거의 다 60대 이상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2배는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너희 모둠 구성은 남 8, 여 1인데, 하하. 빈 좌석을 찾다 보니 어느 여성분 옆에 앉게 되었네요. 이 분은 50대처럼 보이는데, 처음 보는데도 말을 잘 붙이네요. 버스가 금산 인삼휴게소에 정차했습니다. 관광 안내를 주관하는 분이 아침 식사 배식을 시작하네요. 아하, 요즘 관광은 이렇게 관광회사에서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나 봅니다. 모든 비용은 이미 낸 1인당 7만 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편리하긴 한데 휴게소 상인들에게는 미안하네요. 그래도 이미 이 방식이 충청권에서는 제도화된 것 같습니다.
버스는 금산, 덕유산 인근을 지나 장수, 진주, 함양, 산청으로 달립니다. 대전 통영고속도로, 통영까지 탄탄대로입니다. 통영 대전고속도로가 원이름인데 대전 진주를 합성하여 대진고속도로라는 별칭으로 많이 사용한다네요. 지명이나 역이름, 도로이름에도 지역이기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 사정은 정말 첨단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더욱더 입힌다면 더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천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즘 기술 진화는 정말 놀랍습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신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네, 신은 없는 것 같지만 정신은 분명 있습니다. 그 인간 정신이 이런 신기한 세계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간 정신은 위대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휴게소 두 곳을 더 들러 화장을 고치고 충분한 휴식을 한 다음 너희 일행은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11시 40분 곧장 통영횟집으로 안내를 받습니다. 회에는 역시 소주, 모둠별로 왁자지껄 점심을 즐깁니다. 회 메뉴는 그리 고급은 아닌 듯, 맛도 실속도 없어 보이는 데, 이국에 온 기분으로 먹고 마시고 다들 거나하게 술을 취했네요. 하하. 너는 회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더라고요. 모를 땐 그냥 ‘잡어雜魚’라고 해두면 편리하지요. 횟집 벽면 액자에 고 박경리 선생의 시 한 구절이 보이네요. 얼른 사진으로 담습니다. 이곳이 박경리 작가의 고향이랍니다. 통영은 문화예술의 고장이라고 전부터 소문이 났었지요. 박경리 선생은 이곳 출신인데 고등학교는 진주에 있는 진주여고를 나왔다지요. 하하. 공부를 잘하셨나 봅니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는지
-박경리 詩 ‘산다는 것’ 중에서
평범하지만 절절한 시상이 들어옵니다. 그래요, 너희도 중학교, 그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지요. 그땐 그것이 아름다운 줄 몰랐는데 이제 50년이 지나오니 왜 추억은 이리 아름다울까요. 그때 그 친구들과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이제야 너희들은 젊음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통영도 식후경, 식후엔 만지도로 향합니다. 만지도라는 섬 이름이 재미있어 너를 포함한 충정인들은 또 선문답을 하네요. 만지라 이거지, 그래 만져보자, 하하. 너는 한술 더 떠 ‘도’라는 말을 해설합니다. 도는 경상도 말로 달라는 뜻, 쫌 도!, 하면 조금 달라는 뜻, 하하, 그래서 만지도는 만져달라는 뜻, 하하. 그러나 더 이상의 상상은 금물.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광복절 노래가 생각나네요. 마음이 경건해지려 합니다. 그래요, 우리는 장난기를 부리다가도 언제나 오뚝이처럼 경건으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그게 인생이니까요. 만지도는 늦을 만晩, 땅 지地, 섬 도嶋 늦게 사람이 들어가 살게 되어서 붙인 이름이라네요. 하하.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갑니다. 바람이 거세어 파도가 좀 크게 일어납니다. 파도가 선장 앞 유리창에 흰 물거품을 퍼붓습니다. 배가 전후좌우로 요동치네요. 승객들은 스릴 반 두려움 반 함성을 지릅니다. 너는 무서워서 의자 손잡이를 꼭 잡았습니다. 15분 항해 동안 등골에 진땀이 배어납니다. 섬에 도착하니 여수 오동도 같은 분위기, 바람이 모자를 날려 보내려 합니다. 너는 모자 끈을 턱에 걸고 바람과 대결합니다. 하지만 모자가 날아갈 뻔했습니다. 오마이 갓! 은 이럴 때 쓰는 말 같습니다. 갓의 종류는 다르지만요. 하하.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흔들다리를 건너봅니다. 바람은 더욱 거세 건너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휘감아 스릴을 더해주네요. 너는 흔들다리를 조깅하듯 가볍게 건넜습니다. 이 섬은 연대도라 하네요. 연대도 바닷바람으로 온몸을 샤워하며 다시 만지도로 나왔습니다. 전복 회 한 접시, 부추 지짐 3장, 소주 2병, 9인이 식도락을 즐기는데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동창의 부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전복회 값을 내고 가네요. 다른 모둠에서 왔다고. 하하. 그 성이 조 선생인 동창도 다음엔 나오게 해 달라고 전하고 뭍으로 나오는 배를 탔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을 자려 했지만, 고막을 째는 듯한 트로트 째즈 경음악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너는 뒤늦게 모둠 관광버스의 문화를 발견했습니다. 모둠 관광버스는 중년 여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처라고, 마치 나이트클럽을 버스로 옮겨온 것처럼 왕복 6시간 동안 버스는 그들의 막춤 시위로 들썩였습니다. 아, 이런 거였구나. 너는 너의 고막이 북처럼 건강함을 안도하며 친구들과 함께 대전 안영동에서 내려 국물이 우유 같은 소머리국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막 들어와 쉬려는 순간 아까 헤어졌던 친구가 내일 네가 주문한 쌀 한 가마를 내일 오전에 갖다 준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려 고맙네. 친구가 농사지은 좋은 쌀 먹게 되어, 너는 이 동창 친구들의 아직은 싱싱한 에너지를 느끼며, 저 중년 아낙들의 6시간 막춤 열정을 비평하며 용기를 갖습니다. “살아 있는 한 삶을 준비하라. 죽을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건 자연이니까” 하고 너의 명상, 너의 명언을 하나 첨부해 봅니다. 2018.10.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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