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2
전에 절반쯤 읽고 섣불리 소개한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의 후반부를 어제서야 세탁소 동전 세탁기 돌아가는 1시간 동안 다 읽었습니다. 차에서요. 그 책의 전반부에서는 양계장 닭이 알 낳기 봉사만 하다 알을 잘 못 낳자 폐계 처분돼 죽음의 구덩이에서 한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야기, 그래서 마당을 나온 후 병아리 엄마가 되고 싶었던 평소의 꿈을 이루려 했지만 자기 알이 없어 찔레 덤불 밑에 있던 알을 품어 오리엄마가 되는 이야기, 그러나 또 사람의 집 마당에서 안전하게 살지 못하고 치안 불모지를 떠돌며 야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보았었는데요.
후반부에는 암탉이 오리 새끼를 잘 양육하며 가난하지만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왜 인간적이냐 하면 사람이 쓴 소설이라 인간적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이지요. 닭과 오리는 태생적으로 다른데요, 엄마의 역할과 자녀의 역할을 원만히 잘 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다문화 사회의 인간적 어울림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자고로 인간은 그래야 하는 거죠. 모성애 말이에요. 그들도 자기들이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게 되더군요. 그리고 언젠가 오리는 오리의 곁으로 돌아가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터득합니다. 오리는 날 수 있고 닭은 날지 못하는데, 그래서 어미는 새끼를 부러워도 하며, 헤어져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만 그 모성애는 눈물겹습니다. 야생의 위험 속에서 엄마는 아기의 안전을 끝까지 지켜냅니다. 결국, 아기를 어느 정도 길러 엄마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튼실하게 되었을 때 어미는 새끼를 청둥오리 마을로 돌려보냅니다. 엄마로서의 사명을 다한 거죠. 그리고 자신은 순순히 족제비에게 잡혀 먹이가 되면서도 여한이 없다는군요.
이 작품은 인간 사회의 온갖 탐욕, 인권, 다문화, 모성애 등 모든 인간적, 비인간적 면모를 그린 것 같아요. 보면서 가끔은 눈물도 났지요. 다만, 결말은 엄마와 자녀가 이별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는 독자의 상상에 맡겼다면 말이죠. 하하. 2018.10.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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