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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놀뫼들 트럭 관광

놀뫼들 트럭 관광

 

20181013일 토요일, 아침 820분경 스마트폰 벨이 울렸습니다. 전화 화면을 보니 중학교 짝꿍 백 소장 전화인데 전활 받으니 목소리가 활발한 백 소장의 마나님, 당장 김치 가지러 흑석동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스케줄이 없어 인근 우암 송시열 사적공원 축제나 구경할까 생각중이었는데 너에겐 우암축제보다 김치가 더 실속 있는 테마였습니다. 그래서 얼른 가겠다고 대답하고는 부랴부랴 밥을 먹고 세수하고 빈 김치통 3개를 씻어 차에 실었습니다. 김치통을 3개나 가져오라는 명령 때문이지요. 친구의 마니님은 성질이 좀 급해 일도 잘하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명령조로 하거든요. 하하. 그런 분이 내숭떠는 사람보다 훨씬 낫지요.

 

940분경에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득 너도 양심이 있지 친구한테 매번 그 많은 토속 먹거리를 얻어먹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에 유천동 국민은행에 들러 현금 10만 원을 인출하여 봉투에 넣고 다시 차를 몰았지요. 적은 액수지만 너의 마음이니 받아달라고 우길 생각을 하면서요. 하하. 대전 추모공원 부근을 달리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친구가 흑석동 동사무소로 오고 있으니 거기서 만나자는 것이었어요. 네가 길을 잘 못 찾아올까 걱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동사무소 앞에서 김치를 주려는 건지 약간 혼선이 왔습니다. 바로 동사무소에 도착하여 기다리니 친구가 1959번 산타페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너는 아, 친구차는 1959년생이라고 외우면 되겠다 생각하며 차안을 보니 마나님이 안 보이네요. 그래서 물으니 집에서 밥을 하고 있다고, 청국장 끓이는데 두부 한모 사오라고 해서 네 길안내도 할 겸 심부름을 나왔다고, 하하. 친구는 마나님의 심부름을 참 잘하는 착한 어르신? 아니 거역했다간 대장한테 누구든지 혼이 날 것 같기도, 하하. 그나저나 너는 오늘 맛 있는 시골 밥상 점심까지 먹게 생겼습니다.

 

친구 차를 따라 시골집에 도착했습니다. 가자마자 김치통을 내 놓으라고 다그치네요. 머뭇거렸다간 또 혼이 날 것 같아 시키는대로 했지요. 그랬더니 어제 담았다는 배추김치를 비닐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한통 담고는 얼른 차에 실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른 분부대로 행동했지요. 하하. 그리고 친구에게 파 좀 뽑아오고, 양파도 가져오고, 매운 고추도 따오라고, 하하, 너는 친구 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텃 밭엔 상추, , 가지, 대파, 골파, 아삭고추, 청양고추 등 갖가지 무공해 야채가 싱싱함을 뽐내듯 반짝입니다. 심부름을 마치니 마나님께서는 친구와 둘이 뒷산에 산책하고 오라고 하시네요. 하하. 친구가 뒷산으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몇 발자국 안가 조선시대 장군 유혁연이라는 분의 묘가 나오네요. 이순신장군과 동급인 삼도수군통제사까지 지낸 장군이라는데, 너의 귀에는 익지 않습니다. 역사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으니 깜깜이로구나, 생각하며 너의 얕은 역사공부 방법을 좀 반성해보았습니다. 그 분의 후손 중에는 별 하나 장군도 있었다고 친구가 소개해 주네요. 몇 백년 묵어보이는 향나무 두 그루, 뒤로는 큰 소나무 군락 숲이 있습니다. 좋은 자리 같습니다. 그런데 이젠 음택 문화도 바뀌고 있으니 너희 세대 음택은 맑은 공기가 흐르는 그런 어떤 피안의 극락이 되리라 상상하며 시절인연을 슬퍼하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니 식사를 하자는 명령, 하하. 청국장에다 새로 지은 잡곡밥을 먹으며 옛 추억에 빠져봅니다. 차운전 때문에 술은 먹지 않습니다.

 

이제 트럭을 몰고 논산으로 한바퀴 돌자고 합니다. 누구, 누구, 친척, 친구, 아는 사람 이사람 저사람에게 된장, 고추장, 김치, 고춧가루, 마른고추 등을 갖다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너에게만 베푸는 게 아니라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늘상 이렇게 베풀고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네요. 가수원 아파트 주거주지에서 새벽 4시면 일어나 이곳 흑석동 평촌리 시골집으로 와 농사일을 하며, 논산에서 3000평 논농사도 지으며 애써 부지런히 일하고 그 수확을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착한 너의 짝꿍, 참 대견하고,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친구의 이름이 흰 백착할 선찰 만滿 인 것은 우연한 이름이 아니었네요. 명실공히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네요. 친구가 모는 트럭을 타고 친구 내외가 선업을 짓는 현장을 목도하며 논산 평야를 달립니다. 황금 들판을 지나 논산 시장, 3일과 8일이 논산 5일장이라네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논산 장, 그리고 강경까지, 강경에선 젓갈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우린 트럭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드라이브만 했습니다. 논산강경을 예전에 어른들은 놀뫼갱갱이라고 했는데요, 트럭은 일본 발음으로 도락구라고 했고요. 하하. 오늘 친구의 도락구를 타고 놀뫼갱갱이를 여행하니 감회가 참 새롭습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고향내음도 느껴지고요. 다시 가수원 친구의 아파트로 와서 깻잎 장아찌를 가지고 흑석리 그집으로 또 갔습니다. 거기서 또 파 넣고, 김치 넣고, 라면 사리 넣고, 스프를 넣고 라면을 마치 곰탕처럼 끓여서 저녁까지 먹고서야 너는 너의 차를 몰 수 있었습니다. 차에는 김치 큰통, 깻잎 장아찌, 고춧가루, 청국장, 알밤 닷되가 실려있었습니다. 준비해간 봉투는 내 마음이라며 마나님께 내밀었지만 되레 야단만 맞고 꼬깃꼬깃 구겨진 봉투가 되었는데, 그걸 또 손부끄럽게 네 주머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친구에겐 진정한 네 마음을 전하기가 왜 어려운 걸까요? 너는 친구의 마음을 덥석덥석 받는데 친구는 왜 네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걸까요? 내일은 친구의 산악회에서 마산으로 놀러가잡니다2018.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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