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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청주 직지 축제를 다녀와서

청주 직지 축제를 다녀와서

 

가을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나아가 축제의 계절입니다. 요즘은 날마다 축젯날 같습니다. 2018107일 일요일 아침, 죽마고우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대전에 있는 박물관을 탐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차가 없으니 고물차라도 있는 너에게 제안을 한다나요. 그래서 네가 역제안을 하였습니다. 대전은 우리 고장이니 기왕이면 청주로 가자고, 청주에서 10월 한 달 동안 직지 축제를 한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었지요. 친구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1999년산 현대 이에프 소나타를 몰고 친구가 있는 대전정부청사 인근 꿈나무 아파트로 갔습니다. 꿈나무 아파트, 요즘 아파트 이름은 월드메르디앙, 힐스테이트 등 외래어 이름이 많은데 꿈나무는 외래어가 아니라 참 좋네요. 어린이가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곧 친구가 나왔습니다.

 

너는 스마트폰 길 안내 앱을 켜고 부릉, 시동을 걸었습니다. 너의 차 소리는 아직도 참 부드럽습니다. 미끄러지듯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친구는 입담이 참 좋습니다. 말이 너무 빨라서 잘 알아들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친구는 계속 말합니다. 그래서 차나 한잔 마시려고 죽암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친구는 계속 또 무슨 고대사, 단군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한 재야 역사연구단체 사단법인의 사무총장이라며 명함도 한 장 주시네요. 그런데 너는 아직도 친구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습니다. 커피를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네요. 다시 차를 몰고 직지 축제장인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이르니 주차장을 꽉 막아놓았네요, 빙 돌아서 안내원의 안내로 흥덕초등학교 운동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너는 전공이 전공인지라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여러 번 관람한 경력자입니다. 그래서 관람 때마다 아쉬운 점을 블로그에 남겼었지요. 그러면서 올 때마다 이번엔 개선이 되었으리라 기대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전과 같네요. 하하. 너의 가장 불만은 박물관마다 다 있는 도록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예사들이 여러분 근무하는 줄로 아는데 도록 하나 안 냈으니 언제나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인터넷에 다 있다는 엉뚱한 말만 하지요. 설명하시는 분들도 자원봉사자들이라 전문성이 없어 보입니다. 물어봐도 동문서답, 하하. 이런 고객 접점 포인트엔 대인관계가 원만한 전문가가 한 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람객에겐 친절하고도 소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하지도 않는데 너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객을 봐가면서 고객 차별화 전략으로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해주는 것이 박물관 서비스가 아닐지요? 직지 동활자를 새로 만들었으면 그 활자로 인쇄한 책도 판매하면 좋겠고요, 직지의 내용을 번역한 책도 좀 보급하면 좋겠네요. 내용은 빠지고 노래하고 춤추며 먹고 노는 것은 축제의 의미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식당을 물어봐도 근처에는 식당이 없다고 무정하게 대답하셨는데, 바로 앞에 있는 오삼불고기 집에서 홍보를 안 해서 그런가요? 하하.

 

우린 고인쇄박물관 앞 오삼불고기 집에서 점심을 먹고 청주 국립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청주 국립박물관은 청주 교외의 산비탈에 있었습니다. 마치 대학의 캠퍼스처럼 널찍하게 자리 잡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고 있네요. 가을하늘, 담장 넝쿨, 노란 단풍, 녹색의 나무들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이런 곳에 박물관 대학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향토사, 국사, 세계사를 폭넓게 공부하는 인문대학, 상상만 해도 멋집니다. 커피숍은 북카페인데요.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면 좋으련만 그런 개념은 없고 커피를 팔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휴식공간이네요. 그곳엔 도록을 판매하고 있네요. 값은 35천 원, 친구가 관심을 보입니다. 너도 관심을 가지고 도록을 보며, 도록 없는 고인쇄박물관을 또 탓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도록을 사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덜 사기로 한 너의 나이 정책 때문이지요. 그래요, 도록이 없는 곳엔 없다고 불평하고 도록이 있으면 사지도 않으니 이 또한 모순이네요. 오늘 일요일 하루 불만과 만족이 뒤섞인 하루였지만 청주 박물관 관광은 잘했습니다. 수요일 도서관의 역사 시간에 할 말이 추가되었네요. 하하. 2018.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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