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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7월의 녹음

7월의 녹음錄音

7월인데 벌써 성하입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 가양동 대주 아파트 앞에서 102번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 복합터미널에 내려서 10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차표는 어제 저녁 때 시립박물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매했지요. 요금은 96백 원. KTXSRT 고속열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고속 열차 요금은 21백 원이거든요. 소요 시간은 100, 열차의 2배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버스가 경제적이지요. 에어컨 덕분으로 쾌적한 좌석에 앉아 대전시립박물관,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안내 자료를 읽고 있는데 조카에게서 전화가 오네요. 더운데 오늘 삼계탕을 사주겠다고요, 하하, 너무 고맙지만 오늘은 서울에 가고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답하고 잠을 청했지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리니 1149, 1시간 40분이 걸렸네요. 3호선 전철을 탔습니다. 역시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합니다. 가락시장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문정역에서 내려 서울 살 때 단골로 다닌 함흥냉면집에 가서 물냉면을 한 그릇 사먹었지요. 시원하고 맛이 좋아요. 값은 75백 원. 이런 숫자들을 기록하는 이유는 먼 훗날 독자들이 2018722일의 사회상을 단편적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지요. 글은 사회의 반영이니까요. 문정역에서 333번 버스를 타고 위례 IS빌딩 6층 세계동화작은도서관에 갔습니다. 위례 라디오 녹음을 위해서지요. 미리 오신 분들이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서울시와 서울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마을 혁신교육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참여방안을 생각해보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어서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이 더위에 스트레스 한방에 날리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방안들이 나오네요. 욕조에 얼음을 띄우고 요구르트를 풀어 물장난을 한다는 의견, 짜증이 나 버럭 화를 냈을 때는 책으로 줄행랑을 친다는 의견, 아이들에게 화를 냈을 때는 곧 진정으로 사과하고 안아준다는 의견 등. 너의 차례가 왔습니다. 너는 여름 더위는 체질이 호리호리해서 문제가 없으며, 화를 내는 일도 별로 없어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는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너무 싱거워요. 그래서 부연을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자기합리화를 한다고요. 동화 <여우와 신포도>의 여우처럼 말이지요. 사실 그 동화는 두 가지 교훈이 있다고요, 여우처럼 불가능하다고 쉽게 포기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교훈, 그리고 불가능한 것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교훈 말이지요. 하하. 그리고 스트레스로 갈피를 못 잡을 땐 책갈피를 잡으라는 썰렁한 농담을 했습니다. 하하, 그랬더니 이 말이 참 좋다고들 하네요.

 

녹음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송파에 있는 논현 삼계탕에 가서 삼계탕을 사 먹었습니다. 값은 오늘 모임을 주관한 정관장이 냈습니다. 한 그릇에 15천원인데. 4명인데. 하하. 감사하지요. 서울에 안 왔어도 조카한테서 삼계탕을 얻어먹을 뻔 했는데, 서울에 와서도 삼계탕을 먹었으니 오늘 참 운이 좋은 날이네요. 곧 수서역에 가서 720SRT를 타고 810분에 대전역에 내렸습니다. 서쪽 광장으로 나오니 어느 자선단체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급식을 하는데 사람들이 줄서서 저녁을 받아먹네요. 지하도로 내려오니 여기 저기 노인들이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네요, 지금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인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다 스스로의 정신적 문제일까요? 2018.7.22().

 

수서역 대합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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