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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그해 여름의 사건

그해 여름의 사건

2018 그해 여름 72, 비오는 월요일, 너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짐이 비를 좀 맞았다. 이사 인부님들은 짐을 함부로 다루고, 포장도 아무렇게나 했다. 무조건 쑤셔 넣으면 그만, 하하. 저렴한 가격을 찾아 계약하다보니 고급 포장 이사가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액자를 깨 놓고도 액운이 나갈 징조라며 농담을 했다.

 

대전에 오니 고향이라 정감이 좀 간다. 친구들도 서울보다는 많고, 벌써 중학교 동창을 두 명, 초등 동창을 세 명이나 만나 그들이 제공하는 맛난 밥을 먹었다. 절에서 만났을 땐 절밥을 먹고. 농사를 짓는 친구는 너에게 직접 담은 된장, 간장, 고추장, 깻잎 장아찌, 들기름, 매실 액 등 농산 식품을 한 살림 실어다 주었다. 그 집에 가서 술도 마시고 갑천 변을 8km나 같이 걷고 친구 안방에서 친구 부인을 몰아내고 친구와 둘이 잠을 자며 옛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척다리와 중교다리를 거닐어 보고, 대전 여중 인근에서 친구가 사준 곰탕도 먹어보고, 친구의 안내로 둔산동 수목원에도 가보고, 대전 시립미술관과 대전 예술의 전당도 보았다. 대전의 문화 판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새로운 디자인의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다. 하지만 뒷골목은 여전히 쓰레기 더미들, 대전은 쓰레기 행정이 아직 좀 미숙한 것 같다.

 

오늘은 대전 동구 노인복지관에서 1천 원짜리 좋은 점심을 먹고 혼자 대전 시립미술관을 관람했다. 바이오 비엔날레라는 전시를 한다기에 전철을 타고 정부종합청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요금은 28백 원. 햇볕은 쨍쨍 대머리는 반짝, 두피 살균 효과를 느끼며 미술관으로 들어섰다. 생물학과 예술의 만남. 다소 어설프지만 발상은 좋은 것 같은데, 전시물들은 좀 어색해 보인다. 통섭이 참 어려운 것이로군,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생명과학에서 디지털생물학으로 예술은 그 흉내만을 좀 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학문은 상상력에서 나왔으니 작가들의 상상력은 높이 사기로 했다.

 

이어 인근 이응로 미술관을 관람했다. 우리보다 1세대 이전의 미술가 이응로, 동양화와 서양화를 접목한 작품이 눈에 띤다. 이중섭의 작품들과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너는 미술은 잘 모르기에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금물, 하하, 하지만 네가 가지고 싶은 작품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작품은 소유보다는 감상이니까. 그리고 개체 인간은 유한한 존재니까. 2시간의 관람을 마치고 대전 전철의 협소 전동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렸다. 전철에서 하마터면 모자를 잃어버릴 뻔 했다. 201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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