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충청도 말은 참 재미있다. 너도 충청도 사람이어서 예전에 듣던 말을 요즘 와 다시 들으니 우습기도 하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오늘 너에게 들려온 말은 ‘식구’다. “우리 식구가 몸이 좀 약햐. 그래서 일을 잘 못햐.” 하하. 그런데 식구의 원 의미를 새겨 보면 식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지내는 가족 전체를 말한다. 그래서 식구라는 말도 광의와 협의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광의) 한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사는 혈연 및 비 혈연의 모든 구성원.
(협의) 남편이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거나 지칭할 때 쓰는 명칭.
식구와 유사한 말에 집사람이 있다. 우리 집사람. 하하. 집사람도 원래는 집에 사는 사람을 의미했을 것이나 이제 그런 뜻은 사라지고 남편의 아내라는 의미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사람이 나 발령 잘 못 냈다고 회사에 가서 담당자 책상을 둘러 없었어.” 하하.
너는 1997년 11월 아내로서의 식구 내지 집사람을 잃었다. 그로부터 너는 모든 게 꼬였다. 바보 같은 인생이 됐다. 식구와 집사람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너는 체험했다. 그러기에 인생은 혼자서도 굳건할 수 있는 용기와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네가 최근에 얼굴이 좀 나아진 것은 그러한 용기의 덕분인지도 모른다. 2018.7.18(수). 대전 전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