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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친구네 집

친구네 집

너의 중학교 때 짝꿍 백 소장은 집이 3채라네요. 가수원에 아파트 하나, 논산 가는 길, 시골에 부모님이 남겨놓은 아담한 농촌 집, 그리고 논산에 농장관리용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답니다. 너는 그 가운에 가수원 아파트와 시골집을 가 보았습니다. 물론 친구가 자기 차로 데리고 갔지요. 하하. 그 때 마침 아랫배에서 기별이 왔습니다. 그래 화장실을 물었더니 친구는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무서워 사용하지 않으니 차라리 뒷산에 가서 해결하라며 휴지를 조금 주었어요. 너는 집 뒤 봉숭아, 가지 밭을 지나 사람이 안 보이는 나무 밑 수풀에서 엉거주춤 화장을 했습니다. 하하. 휴지가 정말 조금이라 단 한 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이었어요. 하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풀을 뜯어서 처리할 용기는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몸이 가벼워졌네요.

 

그 집에는 사랑채도 있고 장독대도 있었습니다. 친구의 부인께서 간장, 된장, 고추장을 한통씩 퍼서 차에 실었습니다. 친구는 풋고추를 한 움큼 따서 봉지에 담고 산타페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오는 길에 친구가 여기 저기 마을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여기가 등골인데 아는 사람이 한명 살고 있다고, 하하, 그래서 너는 여기 사는 사람 일 많이 하면 등골 빠지겠네.” 하고 썰렁한 즉흥 농담을 해보았습니다.

 

친구는 차를 곧장 네가 이사 온 가양동으로 몰고 와 너를 내려주고 차에 실었던 간장, 된장, 고추장, 풋고추, 그리고 가수원 아파트에서 미리 적재한 깻잎 장아찌, 들기름, 매실 청을 너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업무관계가 아니라서 부정청탁금지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너는 맛있는 토속 밑반찬을 한 살림 챙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너를 살피겠습니까. 참 정 많은 너의 친구, 진솔하고, 솔직하고, 담백하고, 지적이고, 토속적인 농학 학사, 경영학 석사랍니다. 농촌경영의 고위 전문가죠.

 

오늘 된장에 풋고추, 깻잎으로 밥을 맛있게 먹으며 그 친구가 고마워서 문자를 보내보았습니다. “그 때 준 모든 반찬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있네. 언제 시간 나면 내 사는 곳으로 마나님 모시고 놀러와. 내가 한번 쏠게.” 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쯤 만나자며, 또 그 깊이 있는 농사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20여분을 통화 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익하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오늘은 친구에게서 행복을 듬뿍 얻었습니다. 201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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