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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김장

김장

 

우리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 이미 5년 전 2013년의 일입니다. 매년 겨울 초입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는 동네잔치, 그 속에 정다운 이웃과 함께 가난한 풍요를 맛보던 우리 선조들의 넉넉한 생활문화가 있었지요. 하하. 너도 일찍이 1950년대 이후 살아왔기에 그런 김장 인문학을 속속들이 맛보았습니다. 하하. 그런데 도시에 나와 이 도시 저 도시 전전긍긍 살면서부터 그런 문화를 까마득히 잊고, 알량한 권력의 감시 속에서 조직의 쓴맛을 느끼며 지나온 40여 년, 정말 비인문적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따스한 생활문화를 망각하고 매점 매식하며 지내온 지난날, 김장 인문학은 너에게서 멀리멀리 떠나버렸지요.

 

그런데 엊그제 너의 단짝 농촌 친구가 그 김장 문화를 가져왔습니다. 토요일 날 충남 평촌사람들과 김장 수육 잔치를 전개할 예정이니 놀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너는 토요일 주말반 수업 때문에 그 잔치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골의 무, 배추, , 고춧가루 마늘, 양념, 수육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행복한 풍경을 상상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안양 큰 수풀 대학에 다녀왔지요. 그런데 그날 저녁 전화가 왔습니다. 너 이 군 몫 김치 2통을 일요일 날 가져가라는 것입니다. 하하. 그래서 일요일 평촌에 가서 털모자를 착용한 친구를 만나 담소하고 그 김치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통은 매형께 드렸습니다. 매형께서는 1년은 먹겠다고 좋아하시네요. 너는 비로소 김장 문화는 상생과 나눔의 문화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큰 접시에 김치 한 포기를 꺼내 세로로 쭉쭉 찢어 쌀밥 수저에 동그랗게 돌려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하.

다음은 서울 화계사 김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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