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지난 주 목요일, 그리고 오늘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너의 도서관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걸리는 응암역 인근 초록길 도서관에 가서 특강을 했다. 강의 주제는 장서개발과 독서지도. 사실 강의 요청을 받고부터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것도 실버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니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낯선 땅에 가서 20여분의 젊은 엄마들을 만났다. 사실 너는 요즘 현실에 맞는 수업을 위해 독서지도 관련 강의 자료를 새로 PPT로 만드느라 일주일간 좀 애를 썼다. 그리고 오늘 그 엄마들에게 독서지도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으로 새 강의를 해보았다. 너의 썰렁한 유머에 엄마들이 잘 호응해 주어 그런대로 성공? 기분은 좋았다.
강의를 마치고 오늘은 한 군데 갈 곳이 있다. 어제 초등 동창들이 찰밥을 해가지고 아현동 사시는 너희 6학년 때 담임선생님 댁에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왔었다. 마침 너도 아현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니 타이밍이 딱 맞다. 너의 초등 여 동창 중에는 찰밥선수가 계신다. 그 동창은 지금까지 세 번이나 찰밥을 해가지고 너의 도서관에 와서 친구들을 즐겁게 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은 지난 번 스승의 날 서울에 계신 선생님을 뵙지 못했다며 같이 가자는 것이다. 참 잘된 일이지. 응암역 인근이니 아현역은 그리 멀지도 않고, 강의를 마치니 12시라 시간도 알맞고, 하하, 아현역으로 고고.
아현역 1번 출구로 마중을 나오신 선생님을 따라 넓은 20층 아파트에 올라 창밖 도시풍경을 감상하며 찰밥과 나물을 먹고 과일을 먹고 오후 내내 수다를 떨었다. 80대 여선생님, 60대 후반 여 동창 두 분, 그리고 남학생은 너 하나다. 너도 이제 늙어가니 청일점이라도 부끄러울 건 하나도 없다. 같이 장단을 맞추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었지. 선생님은 건강하시다. 약도 하나 안 드신다고. 우리들을 만나니 참 즐거우신가보다. 예전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며 계속 먹을 것을 꺼내오셨다. 어느 새 6시. 우리는 아현동에서 선생님을 포옹해드리고 또 뿔뿔이 작별을 했다. 앞으로 또 언제 친구의 찰밥을 먹을 수 있을까. 그 친구가 찰밥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농담이기를 바라며 기대를 버리지는 말아야지. 하하. 고맙다 친구들. 2018. 5. 3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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