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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휴먼

휴먼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아돌아 박물관 산책을 했다. 서울대 박물관과 부여박물관이 협력 전시하는 부여 송국리 유물 기획전. 너는 한 달 전에 부여박물관을 보고 왔기에 생소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서울서 보니 또 볼거리가 있었다. 휴대용 팸플릿을 하나 집어 들고 주마간산하며 그래도 찬란한 유물 사진을 찍었다. 기획전시실을 나오다 안내원 학생들에게 네가 부여박물관과 능산리 고분군 그리고 나성에 다녀왔노라고, 물어보지도 않은 자랑을 했다. 羅城LA인줄 알았다는 농담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파안대소한다. 하하. 웃기는데 성공! 네가 살면서 휴먼을 웃기는 일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박물관 1층 공간에 인류학과 학생들이 이색 전시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휴식을 위해 만들었거나 사용하는 소품들인데, 입구 간판의 멘트가 특이하다. “쉬샤, 먹샤, 공부하샤완전 틀린 맞춤법이지만 의미는 잘 들어온다. 휴먼을 쉴 man으로 써 놓아 재치도 과시하고. 하하. 인간은 쉬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다. 그래 학생들이 쉬고, 먹고, 공부하고, 찬송하고, 목탁치고, 할 거 다해야 인간이지. 하하. 그런데 할 거 다하고 언제 공부하지? 하하. 혼자 웃으며 경비 데스크 쪽으로 가니 박제된 동물이 하나 서 있다. 복제 개라고 했다. 2005년에 수의대에서 복제에 성공한 그레이하운드 종류의 개라는데 10년 살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복제를 주도한 황 교수 이름은 써 놓지 않았다. 과오는 있었지만 업적도 있는데, 인생무상이로고.

 

2시부터 규장각 금요강좌를 들었다. 커피를 먹어도 졸음은 쏟아지고, 강사의 발음이 인토네이션이 없어 경상도 자장가처럼 들리는데, 그래도 백범 김구선생과 임시정부의 헌법 안이 오늘의 헌법보다 더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것처럼 들려왔다. 18세 선거권, 토지 공개념, 사형 금지 등 인권과 공리주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일제 치하에서 탄압을 받다보니 인권도 없고 평등도 없었을 그 때, 그 사회, 인간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시대 선각자들은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 같다.

 

인간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평등한 것일까? 인간은 절반의 악마를 가지고 태어난 걸까? 너로서는 설명하고 해결할 길이 없기에 오늘도 너의 종만 울린다. 또 상추를 선물 받고 집에 와서 밥을 해 잘 먹고, 목탁을 몇 번 쳐 보았다. 아까 학생들의 전시장에서 본 목탁은 큰 목탁, 너의 목탁은 작은 목탁이다. 허나 목탁은 크나 작으나 그 기능과 역할은 같다. 사람도 크나 작으나 여자나 남자나 휴먼인 점은 같다. 너는 어제 은평구 도서관 특강 시작 전에 한 장애인 직원이 너를 보고 잘 생겼다고칭찬해준 말을 참말이라고 믿으며 홀로 man 몽상에 들었다. 20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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