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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구달 박사와 구본무 회장

구달 박사와 구본무 회장

구자 두음을 가진 이 두 분은 종씨일까? 발음만 종씨. 네가 정말 일면식도 없는 이 두 분을 존경하게 된 이유는 언론에 나온 이분들에 대한 삶과 죽음의 뉴스 덕분입니다. 먼저 호주의 생태학자 구달 박사는 104, 살만큼 사셨기에 스스로 편안하게 가고자 했는데 호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아 스위스까지 가서 본인의 의지대로 안락하게 돌아가셨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생물체인 인간은 100년을 부려 먹으면 기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꼬부라진 물파스처럼 몸은 굽고 두뇌와 언어도 늙어서 후손에게 폐만 끼칠 뿐입니다. 그런데도 생을 연명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 그래서 구달박사의 선택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엊그제 타계하신 대 한국인 구본무 엘지 회장, 이분은 73세밖에 안되셨다는데 병환으로 가셨다니 너무 아깝습니다. 아직 20년은 더 일하실 수 있을 텐데. 그분은 기업가이지만 소탈하고 격의 없는 분이라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계급의식이 없고, 부자 의식도 없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자도서관을 만들어 학계에 기여도 하시고. 최씨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와 당당히 소신발언을 하시고, 정직하고 정정당당한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그런데 네가 더욱 감동한 것은 그분의 멋진 장례식입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소탈하게, 가족장으로, 그리고 수목장으로 하라는 유언대로 오늘 곤지암 인근 나무 밑에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이 두 분의 죽음은 네가 평소 바라는 행복한 죽음의 모습입니다. 너도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땐 그렇게 안락하게 한줌 흙이 되어 나무 아래로 가고 싶습니다. 납골당 옹기단지에 갇혀 있기 싫고, 땅에서 굼벵이 먹이가 되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화장을 당한 후에 시원한 나무그늘에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 우주 생명을 잉태하는 거름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요즘 불교를 좀 공부해보니 정말 불교는 허무사상이 아니라 무량한 세월과 우주의 시공간을 꿰뚫어 보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영원한 진리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불교적 마인드로 세상을 보면 오늘의 반목과 싸움, 남북 간의 비열한 힘겨루기, 이런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2018 부처님 오신 날, 앞서가신 두 분 구 선생님의 극락왕생을 빕니다. 아멘, 나무 석가모니불! 2018.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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