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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줄탁동시啐啄同時

줄탁동시啐啄同時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 잠에서 깨보니 여기가 어딘지, 무슨 모텔인지, 순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 한 3분 동안 멍 하고 앉아있었더니 여기는 세종특별시 첫 마을 Y형의 아파트였다. 하하. 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착각 기념으로 그 방의 베란다 문을 찰각 스마트폰에 담았다. 머리가 제법 맑다. 불타의 생각이 너의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 오늘도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드린다.

 

너는 어제 규장각 금요강좌 답사팀과 원주박물관, 원주감영을 구경하고 박경리 문학관에서 오후 2시 세종으로 조퇴했었다. 원주에서 청주, 청주에서 오송역, 오송역에서 세종, 이렇게 대승관광大乘觀光을 마치니 Y형과 형수님이 너를 반겨주셨다. 형님 댁에서 저녁 내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놀라운 장면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두 정상이 기분 좋게 발표하는 판문점 선언을 들으며 우린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러고 잤는데, 여기는 세종.

 

세종의 아침, 너는 또 역마살을 부려본다, 부여로 갈까, 마곡사로 갈까, 관광의 방향을 생각하는데, 그런데 아침 7시인데 아무도 안 일어나시네. 깨우러 이 방, 저 방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조용히 이 글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포기 환경(foggy environment). 그러나 포기하진 말자 다짐하며 오늘도 너의 희망을 요리하기로 했다.

 

드디어 형수님으로부터 좋은 아침식사를 대접받고 외출 준비, 그런데 또 2시간을 쉬어야 한다고 하셔 그렇게 말을 잘 들으시고 11시경 외출, 인근의 사찰로 향했다. 네가 가본 적이 없는 성곡사라는 절이었다. 고찰은 아니고 1980년대에 조성한 절이라는 데 규모에 비하여 신도가 적은 듯 사찰 경영이 어려울 것 같았다. 불상의 규모는 매우 컸다. 천불을 모신 언덕을 오르며 그 규모에 감탄을 하는데 갑자기 아래로부터 기별이 왔다. 화장을 고치자는 것, 그래서 엉성한 화장실에 들어가니 재래식, 낙차가 한 5미터는 되는 듯, 무서웠다. 그래도 어쩌랴? 일을 해야지.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화장지가 없다. 하하. 난감, 주머니를 뒤져보니 종이라곤 영수증과 차표 한 장이 있어 할 수 없이 그걸 가지고 예전 지푸라기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하하.

 

절에서 내려와 점심을 해결하러 무작정 공주산성으로 갔는데 단번에 좋은 식당을 만났다. 곤드레 밥집. 어제도 원주에서 곤드레 밥을 먹었는데 오늘 공주 곤드레 밥도 품질이 좋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다시 세종 터미널. 서울행 245분 대승버스를 탔다. 집에 오니 5시가 좀 넘었다. 수염을 깎고 땀에 젖은 바디를 씻으니 상쾌한 평화가 내리는데 Y형이 주신 봄 조끼를 입고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했다. 옷이 딱 맞다. 하하. 어제 오늘 너는 좋은 교육을 받았다. 그 교육 콘텐츠는 너는 항상 여기가 어딘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라. Y형이 들려주신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의미도 항상 되새겨야 한다.” 는 것이다. 2018.4.28().

 

목련존자

원주감영, 정치를 베푸는 곳

천불계단

풍경 집단

패션조끼

너무 크신 박경리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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