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 경국사에서
토요일에 나들이할 곳을 검색하다가 정릉 경국사를 발견했다. 한 번도 안 가본 절이니 잘됐다 싶어 대중교통을 알아보니 전철이 닿는 곳이다. 2호선 신설동역에서 북한산우이 경전철로 갈아타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고 한다. 잘됐다. 지하철로만 갈 수 있다니.
그 경로를 따라 나섰다. 약 1시간이 걸렸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수타면집이 옆에 있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자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슬슬 산이 있는 쪽으로 가니 바로 지척에 절이 있었다. 경국사는 한자로는 慶國寺, 경사스런 나라의 절인가? 좋지. 나라엔 항상 경사가 있어야지. 그러고 보니 앞으로 4월과 5월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잘 된다면 나라에 평화의 경사가 날 것도 같은데, 경국사에서 나라에 경사나기를 기원할까보다. 그런데 절에 들어가려 하는데 세종에서 Y형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세종으로 놀러 내려오라고. 그래서 오늘은 못 내려가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부탁받은 원고도 써야 하고, 월요일 수업도 있고 해서.
경국사는 가람배치가 단순한 절이었다. 중심 건물에는 대웅보전大雄寶殿 대신 극락보전極樂寶殿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왼 편 언덕엔 현수막이 두 개 걸려 있는데 만卍자 현수막은 의미를 알겠는데 알록달록한 또 하나의 현수막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물어볼 데도 없고. 나중에 알아보아야지. 절의 상징인 卍자는 수레바퀴의 형상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卍海 한용운 스님이 생각난다. 그런데 히틀러도 생각났다. 둘 다 들은풍월로만 아는 역사적 인물. 그런데 히틀러는 왜 거꾸로 된 卍자를 상징으로 사용했을까? 석가모니의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나중에 알아보기로.
오늘의 투어는 간단했다. 전철에서 너의 수상록을 교정하며, 졸며, 4호선, 2호선, 3호선을 타고 빙빙 돌아왔다. 인터넷을 켰다. 오늘도 성폭력 관련 소식, 성폭력에 미 투 당한 연예계 인사가 자살했다는 뉴스 등 성스럽지 못한 뉴스가 인터넷에 많다. 자, 이제 경국사에 다녀왔으니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라에 경사가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계에 평화기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절을 하여라. 절에서는 절을 하는 법인데 네가 사는 곳에서도 절하면 좋다고 한다. 몸 건강에도 좋고, 마음 건강에도 좋고. 그런데 아까 절 입구에서 배회하던 그 남자스님들은 왠지 좀, 너도 남자지만 좀 무서웠어. 하하. 2018. 3. 1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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