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도서관엔 먹을 게 있을까?
최근 어느 도서관장으로부터 마포중앙도서관이 좋더라는 뉴스를 들었다. 새로 개관했는데 기존의 도서관 개념과는 다르더라는 것이었다. 복합건물로 상점도 여럿 입점해 있고, 콘서트 장도 굉장히 넓고 좋더라고 했다. 그래서 마침 오늘 일요일이라 시간이 많아 그곳에 가 보기로 하고 9시 반에 집을 나섰다. 이슬비가 약간 내리는데 봄 기온이 포근해 바람이 한결 부드럽다. 너는 귀마개를 했다가 뺏다가 하며 걸었다. 어제는 어느 분으로부터 요즘 귀마개 하고 다니는 사람 너밖에 없다는 핀잔(?)을 들었는데, 너는 목도리와 귀마개가 감기예방에 최선의 방책이라고 믿기 때문에 약간만 서늘해도 이 둘은 꼭 착용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3년간 감기에 걸려본 일이 없다. 그래서 또 그 말을 했더니 또 다른 분이 그 말하면 영락없이 감기에 걸릴 거라나. 심술이야, 농담이야? 하하.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에 내려 이정표에 따라 3번 출구로 나가 350m를 걸으니 도로변에 6층 건물, 도서관 간판이 걸려있다. 그런데 도서관의 외부 디자인은 어쩐지 도서관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냥 4각형 건물인데 아마 대지가 좁아서 그렇게 설계했는지도 모르겠다. 입구의 큰 돌에는 빌게이츠가 했다는 “어질 적 나에겐 정말 많은 꿈이 있었고, 그 꿈의 대부분은 많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그 돌 뒷면에는“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는 안중근 의사의 휘호를 번역하여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돋히다’는 ‘돋치다’의 비표준어라고 나온다. 그래서 “돋친다.”로 표기해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돋는다.’라고 능동으로 쓰면 좋을 듯. 처음 가보고 무슨 지적 질이야? 그런데 한 가지 더, 이건 지적 질은 아니고 독서를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낭독의 경우에 해당한다. 묵독을 하면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므로 입에 가시가 돋은 듯 텁텁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관으로 들어가니 1층 같은데 지하 1층이라 한다. 카페 두 곳, 이마트 편의점이 화려하다. 복합시설이라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1층으로 올라가니 키즈카페가 있다. 아이들과 같이 와서 놀 수 있는 좋은 공간 같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맞은편에는 갤러리, 천주교 관련 작품 전시를 하고 있는데 잠간 들어가서 작품들을 감상했다. 한 층을 더 오르니 2층이라는데 어린이실, 북 카페 등이 있다. 지하 1층에도 카페가 2곳, 여기는 북 카페. 카페가 많다. 어린이실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 나가보니 잔디광장, 책 조형물도 있고 성서중학교 건물이 일부 보인다. 여기가 1층인가. 2층이라는데. 하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건물을 짓다보니 이렇게 되었나보다.
3층과 4층은 자료실 겸 열람실이다. 양쪽 자료실에 롱 테이블 안내데스크가 있고 직원들이 있는데 아마 사서들이겠지. 회원 자격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서울시에 주소를 둔 시민이면 다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전용 컴퓨터에 가보니 네가 서툴러서 그런지 바로바로 인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회원증 발급은 포기했다. 머뭇거려도 직원이 도와주지는 않았다. 미안해서 그냥 나왔다. 네가 듣고 싶은 대답은 “저희 도서관은 전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회원증 발급에 지역제한은 없습니다.”이거였는데, 하하. 5층과 6층은 막혀있었다.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가보다. 한 바퀴 다 돌고나서 승강기를 타고 지하 1층 아까 들어온 곳으로 내려왔다. 이 도서관은 소문처럼 앞으로 마포의 멋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을 잘 할 것으로 믿어도 될 것 같다. 2017년 11월 15일 개관했다니 아직 수습기간이 더 필요할 것도 같고. 하하. 축하해요, 마포.
(나중에 알고보니 이 건물은 마포구청 구청사라는군요. 마포구청 신청사는 전에 보니까 으리으리하던데, 하하. 서울시청 구청사는 서울도서관, 마포구청 구 청사는 마포중앙도서관, 그럼 다음은?)
11시 반인데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다. 마포도서관 인근에 라면 김밥간이식당이 있기에 들어가 떡국을 시켰는데 양이 무척 많았다. 떡국 저수지? 절반도 못 먹고 상을 물렸다. 하하. 돌아오는 길은 아까의 역방향, 그러나 합정역에서 방향을 틀어 을지로 3가로 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전철에서 메모하다가 졸다가 가락시장역 도착, 그런데 큰아들이 용돈을 보내왔다. 효자 아들 고마워. 내일은 이번 학기 첫 강의가 있다. 강의 과목은 책과 도서관의 문명사. 학생들을 만나면 참 반갑겠다. 하하. 2018. 3.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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