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인문학
어제 수업에서 ‘지덕체’보다 ‘체덕지’라 했더니 학생들로부터 좀 호응을 받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그리고 지혜로운 지식 이 순서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건강은 두 가지다. 몸과 마음. 이 둘이 건강해야 진짜 건강한 거다. 체는 몸, 덕은 정신이다. 이 둘이 건강해야 知識이 智識이 되어 智慧롭다. 요즘 知識人들이 현출하는 불량행태를 보면 위의 사실이 확실히 증명된다. 공부를 잘해 지식은 있지만 덕을 기르지 않아 사달을 내고 있다. 그 관련 기사들은 신문방송에 다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
이제 우리 교육의 우선순위를 체덕지로 바꾸는 게 답인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세상이 새롭다. 영어 써서 미안하지만 change가 필요하다. 이 체인지를 쓴 이유는 체인지體仁智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change하되 體仁智체인지 하자, 이 말이지. 이럴 땐 언어유희도 의미심장하여 진짜 심장에 와 닿는다. 너의 경우에는. 하하.
오늘 예정에 없던 양평 용문산 용문사에 다녀왔다. 시간 많은 목요일, 네 마음이 나들이를 부추기는데다 차를 세워 둔지 너무 오래돼 차 운동도 시킬 겸 용문사를 향해 부릉, 시동을 걸었다. 1시간 10분이 걸렸다. 용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을 향해 올라가니 겨울 계곡의 산수가 수려하다. 나무들이 쭉쭉 활개를 치며 천기를 호흡하고, 계곡물은 오호 내 사랑, 우렁찬 가곡을 불러준다. 너는 부드럽고 신선한 산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귀마개를 벗고 물소리를 듣는다. 몸과 마음이 경쾌하다. 20분정도를 걸어 용문사 절 앞에 이르니 막 갈증이 오는데 마침 첫 번째 있는 집이 카페다. 너는 커피를 사 마시며 마치 시인인양 종업원에게 한국창살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하하.
이어 가람을 여기저기 감상했다. 1100년~1300년 정도 된다는 은행나무가 우람하게 서계시다.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국 안테나 같은 피뢰침 철탑을 세워놓았다. 참 대단하다. 요즘 아이들처럼 “와, 尊羅크다”가 네 입에서 튀어 나오려 하는 데 꾹 참았다. 하하. 대웅전, 지장전 등 가람사진을 찍으며 한 곳에 이르니 개금불사를 안내하는 직원이 계셨다. 너는 그 보살님의 안내로 부처님 몸에 금박을 세장 입혀드렸다. 기복이라도 이런 불사는 좋다. 마음이 경건해 진다. 호두차를 한잔 받아 마시며 그 보살님과 이런 저런 불교적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불교인이라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았다. 서로 명함을 교환했다.
그러는 사이 스마트 폰에 메일이 날아들었다. 어제 원고를 써달라고 전화하신 분이 원고청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 보내온 것이다. 15일까지 원고를 달라는데 기일이 좀 촉박? 하하.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실버인 네가 원고 청탁을 받는다는 것이. 하하. 어느 새 네 시가 넘었네. 다시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지름길을 조깅하듯 흥얼거리며 내려왔다. change體仁智 인문학. 오늘은 산과 물이 들려주는 신선하고 경쾌한 인문학 특강을 들은 셈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인문학 특강은 언제나 명 강의다. 그 명 강의를 네가 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래도 시도는 해 보아야지. 하하. 2018. 3. 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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