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낙성식에 다녀와서
토요일이다. 어제 법보가 나왔다고 전화가 왔기에 오늘 화계사에 가보았다. 절 입구에 행사용 플라스틱 의자가 촘촘 줄지어 있고 스님 몇 분이 국제선원 낙성식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온 세상은 한 송이 꽃, 세 계 일 화”라고 외치며 목청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세계일화의 화는 화합할 和가 아니라 꽃 花자를 썼다. 하하.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 엄청 큰 꽃?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아직 현실과 격차는 많은 듯, 모든 중생이 마음을 꽃처럼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행사 내빈으로 서울시장, 강북구청장, 당위원장 등 정치인들이 왔다고 했다. 생색 좀 내겠구나. 지방선거가 6월인데. 하하.
너는 네 글 “봄의 파라다이스”가 들어 있는 『화계』 3-4월호를 5권 챙겨 가방에 넣은 다음 법보담당 보살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행사사진을 찍기 바빠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잘됐다. 너대로 가람을 돌다 가면 되니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사찰을 한 바퀴 돌며 절에 들어온 봄기운을 느껴본다. 해우소에 가서 소장님의 쉬 결재를 받았다. 낙성식이 12시에 시작된다니 아직 20분정도 시간이 있는데 혹시나 하고 공양간으로 가보니 공양 배식을 하고 있다. 비빔밥을 한 그릇 깨끗이 비우고 다시 행사장 제일 뒤 산책로에서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지켜보았다.
내빈이 소개되고, 스님들이 소개되고, 정치인 몇몇이 나와서 축하발언을 했다. 정치적 발언이 섞여 있는 듯. 어떤 당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자기가 주지스님과 서울시장과의 연결에 공헌했다고 말했다. 보기가 참 좋아보이지는 않네.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은데. 하하. 합창단의 합창도 꽃 화음을 내고 드디어 건물 투어가 시작된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라 투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템플 스테이 선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좁은 계단을 통과하여 선물을 받으러 간다. 이 길을 통과해야 선물을 준다나. 하하. 다들 목적은 선물인 듯. 너도 마찬가지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빽빽한 기분으로 기숙사 같은 선방 문을 옆으로 하며 복도를 나가니 선물을 준다. 수건인가 했더니 휴대용 잡동사니 가방. 하하.
이제 집에 가자, 하고 절에서 내려와 화계전철역으로 가니 전철고장이라 운행중단. 하하. 자동이라 고장이 나면 복구에 오래 걸리나보다. 그래서 자동이 불편할 때도 있다니까. 인공지능도 고장 날 때가 있다니까. 인간세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니까.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기술인 철학과 종교와 인문학이 있는 것 아닐까, 어설픈 생각으로 부처님 버스의 법륜을 굴린다. 오늘 나들이는 이걸로 마무리, 집에 와서 부탁받은 원고 “도서관의 가치와 사서직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읽어본 다음 해당 월간지에 이 메일을 보냈다. 오늘도 수고 했소. 2018. 3. 1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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