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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순대가 기절초풍

순대가 기절초풍

 

낙성대역 인근에 기절초풍이라는 순대식당이 있었다. 너는 어제 오랜만에 교 강사 미팅에서 만난 교수님 두 분과 함께 해찰을 부렸다. 미팅이 끝난 후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시간 보낼 레퍼토리를 찾던 중 케이선생 얼굴이나 보러 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케이선생에게 전화를 하니 시간이 있다며 낙성대역으로 오라고 했던 것이었다.

 

케이선생은 S대 교육원 85학번으로 그때는 몰랐던 너의 동문인데 우연한 기회에 네 수업을 듣고부터 동문임을 알게 됐고, 너에게 한 학기 수업을 들었다고 교수님이라는 칭호를 깍듯이 붙여주며 호시탐탐 너의 학술활동을 도와주는 멋진 은인이다. 셋이 전철을 타고 가서 낙성대역 주유소에서 케이선생을 만났다. 점심을 먹은 지 오래지 않아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한 오후 3, 그래도 대화 판은 벌여야하기에 그 기절초풍으로 들어간 것이다.

 

수육과 처음처럼을 안주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중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를 테지만 서로 앞 다투어 한국말로 대화를 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웃고 말하다 보니 술기운이 건아한데, 이런 때 또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지는 게 도리, 식당을 나와 서로 악수를 했다. 그런데 케이선생이 참석자 모두에게 최근에 발간된 책과 더불어 계란 한판씩을 건네준다. 웬 계란세례? 학교에서 생산한 상품이라고 했다. 하하. 역시 케이선생은 뭐든지 남을 도와주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너는 마음속으로 강한 우기友氣의 여운을 느끼며 회향했다. 기절초풍이라, 氣絶은 기운이 끊어지는 것이고 초은 바람인데, 오늘 별이 떨어졌다는 낙성대로 바람을 타고 가서 기분이 임계점에 도달할 정도로 상승했으니 기절초풍이 맞긴 맞나보다. 하하. 20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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