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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여기는 대구입니다.

여기는 대구입니다.

2018221일 아침 7시 수서 발 SRT 고속열차를 타고 대구에 왔습니다. 서울서 대구까지 1시간 40분이 걸리네요. 이제 교통 풍속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21세기라더니 정말 새 세상에 살고 있네요. 이어서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 맞은 편 정류장에서 524번 시내버스를 타고 국립대구박물관에 왔습니다. 삼국유사 특별전을 보려고요. 전부터 오고 싶었지만 벼르고 벼르다가 225일에 전시가 끝난다 해서 오늘 급히 왔어요. 930분인데 10시에 문을 연다네요.

기다려야죠 뭐. 그런데 박물관 문 앞에 팽이와 팽이채, 제기, 윷가락 등이 있네요. 윷놀이는 2인 이상이어야 하고 말판이 있어야 하므로 너는 우선 개인기 종목으로 제기를 차 보았습니다. 구두라 그런지 다섯 번을 못 넘기고 자꾸 빗나가는군요. 그래서 팽이를 쳐 보았습니다. 팽이는 참 잘 돌아가네요. 적절한 때 쳐주면 계속 도네요. 돌리고, 돌리고, 우리 인생도 적절히 자극을 주어야 잘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인생을 팽이에 비유해서 좀 미안하지만요. 하하. 팽이가 가만히 누워 있으면 팽이의 역할을 못 하듯이 사람도 가만히 있으면 사람의 역할을 못하겠구나, 하하, 싸한 아침 봄기운과 함께 팽이의 교훈을 느껴봅니다.

박물관 한편에 카페가 있기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요긴 10시가 안 되었는데도 문을 열었네요. 장사라 그런가요, 카페 아지매가 반가워합니다. 따끈한 아메리카놀 한잔 사들고 의자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것도 늙음의 젊음을 간직한 머슴아의 낭만 같습니다. 하하. 화분 식물을 배경삼아 너의 가방을사진에 담아봅니다. 네 인생의 짐은 이 빽팩 하나로 충분할 것 같은 상상도 들고, 아무튼 기다려도 심심하진 않네요. “기다리는 시간엔 무언가에 분주하라.” 네가 해주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10시 박물관에 정식으로 들어갑니다. 아마 첫 관람객인 듯, 아까 출입을 막았던 그 중년의 여직원이 미안했던지 주름진 얼굴에 반가운 미소를 지어줍니다. 하하. 곧장 일연스님을 만나러 갑니다. 역사학자 파른 손보기 교수가 소장했던 삼국유사 21책이 유리 상자 속에 부동자세로 펼쳐져 있네요. 2쪽만 볼 수 있습니다. 하하. 이거 2쪽 보러 여기 왔나? 허탈해서 다른 전시장도 두루 둘러봅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키 큰 직원을 만났습니다. 너는 궁금한 점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담당이 아니라 잘 모른다며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학예사에게 전화를 걸어 너를 만나게 해 주네요. 이 정도만 해도 참 고맙죠. 하하.

학예사와 삼국유사의 기이紀異紀異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기이는 기이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중국과 다른 우리 역사의 기원을 나타내는 의미 같다는 너의 해석에 대하여 학예사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나중에 학계의 해석을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하네요. 하하. 재야의 의견을 학계에서도 검토해주시리라 믿어봅니다. 박물관을 나오니 경북고등학교가 바로 앞에 있네요. 수능시험 만점 맞은 친구의 이름이 걸려 있습니다. 1899년 개교, ! 역사가 깊습니다. 12,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서부정류장에 왔습니다. 점심이 마땅치 않아 호두과자를 한 봉지 샀네요. 1240분 버스를 타고 해인사로 갑니다. 마하반야바라밀! 2018.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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