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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가야산의 겨울계곡

가야산의 겨울계곡

버스를 타고 해인사 터미널에 왔습니다. 정말 첩첩산중이네요. 계곡 물이 하얀 얼음 이불을 덮고 속으로만 속삭이네요. 저 얼음 속 그리고 땅속엔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봄을 준비하고 있겠죠? 우수 경칩도 지났으니까요. 하하.

 

가야산 조주원이라는 곳에 가보려 합니다. 해인고시호텔 조주원은 버스터미널에서 6km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데리러 오는 차가 있다기에 전화를 하니 진짜 데리러 온다고 하네요. 10분 후에 차가 왔습니다. 그런데 너의 얼굴을 몰라 기사가 두리번거리네요. 그래서 말을 걸었지요. 저요, .

 

하얀 승용차를 탔는데요, 너의 전화 목소리가 40대처럼 들렸다고 하네요. 좋죠. 젊은 목소리라니 고맙고도 반갑지요. 차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갑니다. 기사는 이곳이 해발 900m 분지라며, 전에 말을 키웠던 곳이라 마장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소개해 주시네요. 아하, 마장, 서울에도 있는데. 조주원에 도착했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인데 마치 평지처럼 보이네요. 아마 고원인가 봅니다. 개마고원 할 때 그 고원 말이죠. 10분 정도 걸으면 고불암이라는 절이 있다는데요. 정말 공기가 상쾌합니다. 봄이 되면 주변에 온통 꽃이라는 데, 그래서 법정스님은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책을 쓰셨나보네요. 법정스님이 이곳에 와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조주원의 시설은 규모가 작지 않아 보입니다. 관리하시는 분이 젊은데 무척 친절하네요. 조주원의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설명해 주시네요. 비구니 원장스님도 대면시켜주었습니다. 원장스님을 뵈니 저절로 자애로움이 느껴집니다. 손수 우린 차를 찻잔에 따라주시네요. 참 공기 좋고, 인심도 좋고, 기회가 되면 꼭 와서 한 10년 쯤 수도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혼자 사니 자연과 벗하며 못 다한 공부도 하고, 수필도 쓰고, 마치 스님처럼 맑고 향기롭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 관리인이 다시 차를 태워줘서 터미널에 내려오니 그 때 막 대구행 4시 버스가 출발해버리네요. 관리인이 서둘러 버스 앞으로 추월하여 버스를 잡아주겠다는 걸 너는 극구 말렸습니다. 서두르는 것보다 여유를 부리는 게 안전을 지향하는 너의 스타일이니까요. 관리인을 올려 보내고 440분표를 산 다음 여유롭게 서성이는데, 전주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오네요. 에이, 밥이나 먹고 가자, 하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8천원, 저렴하지는 않네요. 그런데 경상도 아니랄까봐 맛은 별로 없습니다. 하하. 종업원이 너에게만 특별히 준다면서 굴비구이를 한 마리 주는데 그 굴비 맛은 좋았습니다. 간판은 전주식당이지만 전라도 음식은 아닌가보네요. 하하.

 

해인사정류장에서 440분 버스를 타고 대구 서부정류장에, 그리고 서부정류장에서 동대구역에 이르니 6시가 좀 넘네요. 수서행 고속열차표를 사려고 보니 표사는 곳이 잘 안보이고 자동판매기만 보이는데, 그래서 20대로 보이는 한 아가씨한테 물어보았습니다. 표를 어디서 사냐고요, 그랬더니 자동발매기가 더 쉽다고 하면서 직접 너를 안내해, 자동판매기를 터치, 터치, 표를 사줍니다. 하하,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런데 95분차네요. 그 이전 차표는 매진. 하하.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데 너는 기다리는 선수. 일단 롯데리아에서 불고기 세트로 저녁을 마련하고 한 40분을 소비합니다. 그런 다음 대합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시청합니다. 하하.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중계가 나오네요. 여자 컬링, 우리 팀이 미국 팀을 이겼습니다. 대합실에 박수가 터져 나오네요. 다시 남자 팀추월 경기, 또 우리 선수들이 상대 팀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또 대합실은 박수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열차를 탈시간, 12번 홈에서 기다리니 1분의 오차도 없이 열차가 들어옵니다. 그리하여 차에서 독서 등을 켜고 안정복의 동사강목 소개 자료를 읽다보니 어느 새 수서역, 1045분에 정확하게 도착하네요. , 그런데 안정복도 일성록을 썼다고 하니 참 반갑네요. 집에 와 샤워하고 단잠을 잤습니다.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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