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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낙관을 새기다

낙관을 새기다.

유명한 무명 문필가의 생활은 오늘도 걷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걷는 것이고, 걷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이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면 자연스레 증명된다. 하하. 그래서 웃음이 나오니 너는? 그래도 산다면 웃어야 한다. 웃는다는 것은 즐겁게 산다는 것이고 즐겁게 산다는 것은 웃으며 사는 것이다. 하하. 그게 말이여, 깻묵이여. 시방. 그래 웃자는 것은 좋은 말이고, 또 웃으면 몸에도 좋으니 깻묵도 될 거다. 그래서 말도 되고 깻묵도 되는 거지. 또 너 말장난하니? 하하.

너는 설 다음날 또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많이 나와 다닌다. 대화를 하고, 웃고,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잘 걸었고, 웃으면서 걸었고, 먹으면서 걸었다. 그러기에 다들 행복한 것 같았다. 너도 종3역에서 안국역까지 걸으며 사람 온기 가득한 그 거리를 감상했다. 역시 걸어야 사는 맛이 나지. 그것도 함께 걸어야.

너는 국가 인장 1급기능사 도장장인圖章匠人 점포에 들렀다. 1평도 안 되어 보이는 좁아빠진 공간이다. 너는 거기서 너의 落款도장을 유료로 새겨달라고 부탁했다. 낙관 내용은 법종당法鐘堂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너의 서재 명이다. 匠人어른께서는 새기는데 몇 시간 걸린다고, 6시에 오라고 했다. 2시 반인 데 여섯시까지는 3시간 반, 너는 그 여유 시간에 미술관을 배회하기로 했다. 그래 한참 돌아다니는 데 부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되면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사동으로 올 수 있냐 했더니 세수하고 나오겠다고 했다. 하하. 참 잘 됐네.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친구가 340분경에 종3역에 도착했는데 5번 출구로 나오라는 너의 안내를 무시하고 2-1번 출구로 나왔단다. 그래서 네가 그 곳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일단 날이 추우니 처음처럼 연료로 내부 군불을 지핀 다음 4시 반 쯤 되어 혹시나 하고 그 도장 장인에게 가니 그 때 막 도장을 다 새겼다고 했다. 하하, 잘 됐네. 너희들은 즉시 5호선을 타고, 천호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락시장 행, 친구가 가락시장으로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시장 1층 해물시장에서 광어 한 마리를 시켰다. 그러자 식당 안내 여성이 한강식당으로 유인했다. 그 아름다운 한강식당에서 회를 안주로 저녁을 건아하게 먹고 대화를 즐기며 건강을 챙겼다. 그리고 너의 도서관에 잠시 왔다가 다시 친구의 귀갓길. 너는 배웅을 나갔는데, 배웅을 넘어서 계속 전철을 함께 타고 갔다. 처음에는 교대역 까지만 동행하려 했는데 그 곳을 지나 2호선 열차를 갈아타고 또 계속 갔다. 그러다가 설을 핑계로 부천 친구네 집을 방문해버리기로 했다. 하하.

11시가 다 되어 친구 집에 도착, 친구 여사님의 반가운 환영을 받고 도수 낮은 정종을 벗 삼아 또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마 1시쯤 골아 떨어졌나보다. 아침 8시에 잠을 깨니 친구 여사님이 건강식을 차려주신다. 맛있게 먹고 감사를 드렸다. 친구가 바로 인근에 대지의 작가 펄벅 기념관이 있다기에 가보았으나 연휴라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렇게 어제 오늘 잘 걷고, 잘 먹고, 관광도 잘 하고, 친구도 만나고, 멋진 낙관도장도 새기고, 외로운 인생이 외롭지 않았다. 앞으로도 너는 인생을 이렇게 樂觀하고 살아라. 하하. 2018.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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