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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자신의 눈을 가진 사람

자신의 눈을 가진 사람

 

전철역에는 참 좋은 글들이 많이 게시되어 있네요. 오늘 본 글은 자신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법정스님이 쓰신 글이었습니다. 그대로 적어보면

진실한 믿음을 갖고 삶을 신뢰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근거 없이 떠도는 말에 좌우됨이 없다. 가짜에 속지 않을뿐더러 진짜를 만나더라도 거기에 얽매이거나 현혹되지 않는다.”

입니다. 이글을 읽으니 네가 2015년에 번역했던 동화 한편이 떠올랐어요. 그 동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답니다.

 

토끼와 황금사과(티베트 전래동화: 부처님의 전생 설화)

옛 날 옛 날 티베트의 어느 산속 호숫가에 토끼 여섯 마리가 살았어요. 그 호수 주변에는 황금사과가 잔뜩 달린 사과나무가 많았어요. 어느 날 가장 크고 잘 익은 황금사과가 가장 큰 나무에서 호수에 떨어졌어요. 퐁당! 퐁당! 그 소리에 토끼들은 너무 놀랐어요. 토끼들은 있는 힘을 다해 펄쩍펄쩍 뛰어 도망쳤어요.

나무 숲속으로 달아나던 토끼들은 원숭이를 만났어요. “너희들은 어디로 그렇게 빨리 달려가니?” 원숭이가 물었어요.

토끼들이 말했어요. “멈추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퐁당이가 있다고!”

원숭이는 퐁당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그 소리에 토끼가 많이 놀랐다고 생각하고, 나무 가지 꼭대기를 붙잡고 나무사이를 건너뛰며 토끼들을 따라 갔어요.

토끼들이 빨리 달리는데 나무뿌리를 갉아먹는 멧돼지가 있었어요. “어딜 그렇게 빨리 달려가니?” 멧돼지가 물었어요.

토끼들이 말했어요. “멈추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퐁당이가 있다고!”

여기 있으면 안 돼! 멈추면 안 돼! 퐁당이가 오고 있어!” 원숭이가 소리쳤어요.

멧돼지는 퐁당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토끼들이 놀라고 원숭이도 놀랐다면, 하고 토끼를 따라 달렸어요.

작은 언덕에 이르자 양이 나타났어요. “어딜 그렇게 빨리 달려가니?” 양이 물었어요.

멈추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퐁당이가 있다고!” 여기 있으면 안 돼! 멈추면 안돼! 퐁당이가 오고 있어!”

양은 퐁당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토끼가 놀라고, 원숭이도 놀라고, 멧돼지도 놀랐다면, 하고 그 가늘고 긴 다리로 달렸어요.

그들은 지나가다가 호두를 우적우적 먹고 있는 검정 곰을 만났어요. “어딜 그렇게 빨리 달려가니?” 곰이 물었어요.

멈추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퐁당이가 있다고!” 여기 있으면 안 돼! 멈추면 안 돼! 퐁당이가 오고 있어!” 곰은 퐁당이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토끼가 놀라고, 원숭이도 놀라고, 멧돼지도 놀라고, 양도 놀랐다면, 하고 곰은 먹던 호두를 내려놓고 달렸어요.

그들은 지나가다가 큰 풀을 우적우적 먹고 있는 휘어진 커다란 뿔이 달린 야크 떼를 만났어요. “어딜 그렇게 빨리 달려가니?” 야크 하나가 물었어요.

같이 가던 모든 동물들이 야크 떼에게 소리쳤어요. “멈추면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퐁당이가 있다고! 여기 있으면 안 돼! 멈추면 안 돼! 퐁당이가 오고 있어!”

야크들은 퐁당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토끼가 놀라고, 원숭이도 놀라고, 멧돼지도 놀라고, 양도 놀라고, 곰도 놀랐다면, 생각하고 야크들은 그 큰 뿔을 낮추고 모두 함께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어요.

동물들은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더 놀라서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생각밖엔 아무런 생각이 안 났어요.

산기슭 바위동굴에는 눈 표범이 살고 있었어요. 눈 표범은 야크 떼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고함쳤어요. “얘들아! 너희들은 큰 뿔과 두꺼운 코트가 있어 동물 중에서 가장 힘센 녀석들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는 거냐?”

멈추면 안 돼! 퐁당이가 오고 있어!” 야크가 소리쳤어요.

눈 표범은 뛰어 내려가 야크 떼 앞에 멈췄어요.

거기 서봐! 퐁당이가 뭔데?” 눈 표범이 다그쳤어요.

야크 떼가 멈췄어요.

, 나도 잘은 몰라.” 야크가 말했어요.

잘 모른다고?” 눈 표범이 물었어요. “너희들은 뭔지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도망가는 거냐?”

곰이 그렇다고 말해서...” 야크가 대답했어요.

그래서 눈 표범은 곰에게 물었어요. 곰이 대답했어요. “양이 그렇다고 그래서 ...”

그래서 눈 표범은 양에게 물었어요. 양이 대답했어요. “멧돼지가 그렇다고 그래서 ..”

그래서 눈 표범은 멧돼지에게 물었어요. 멧돼지가 대답했어요. “원숭이가 그렇다고 그래서 . . .”

그래서 눈 표범은 원숭이에게 물었어요. 원숭이가 대답했어요. “토끼가 그랬어! 토끼가 맨 처음 퐁당이가 무섭다고 했어!”

눈 표범은 토끼에게 가서 점잔하게 물었어요. 퐁당이가 뭐니?

우리 여섯 토끼 모두가 이 귀로 그 무서운 소리를 똑똑히 들었어요.” 토끼들이 말했어요. “우리를 따라와 보세요. 우리가 어디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알려드리지요.”

토끼들은 눈 표범을 안내하여 호수 가에 황금사과나무 아래로 가 그들이 말했던 나무를 가리키며 표범에게 말했어요. “그 무서운 퐁당 소리가 저기서 났어요.”

바로 그때 제일 키 큰 나무에서 가장 크고 잘 익은 사과가 호수로 떨어졌어요. 퐁당! 퐁당! 표범은 껄껄 웃었어요.

저 소리냐? 너희들이 사과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그렇게 달아난 거냐?” 표범이 말했어요.

동물들은 바보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말했어요. “토끼가 그래 가지고. . .”

토끼가 말했다고 핑계대지 마. 너희들이 듣는 것은 무엇이든 믿어서는 안 돼. 퐁당! 사과가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그렇게 무섭더냐? 그렇다고 가슴에서 심장이 빠져나갈 정도로 뛰었나!”

동물들은 숨을 죽이고 표범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뉘우쳤어요. 그리고는 호숫가에서 모두들 마음을 푹 놓고 꾸벅꾸벅 졸았어요.

퐁당!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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