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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누구를 위하여 공부를 하나?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패러디가 아닙니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 예로부터 우리고전에서 선조들이 설파한 학문의 순서이자 원칙이랍니다. "여러분은 위기지학을 하시나요, 위인지학을 하시나요?" 몇 년 전에 서울대 평생교육원 한문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너는 자신 있게 "당근 위인지학을 해야지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참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보통 학문은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준비해야 할 단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너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먼저 다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회와 나라, 그리고 세계를 위해 올바른 공부와 실천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조용히 무릎을 쳤습니다. 평생공부가 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 때가 많은데 고전은 이런 중요한 맥을 우리에게 잘 짚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공부해서 남 주나? 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뜻이겠지요, 일단은 그렇게 자신을 다듬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격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정말 공부해서 남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게 교육이며, 문화이며, 정치이고, 경세제민 아닐까요? 배운 바를 사회와 나라의 발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유효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인격자들이 많지 않아 그런지 모든 부면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부한 것을 남 주지 않고 이기적으로 사용하고들 있는 것 같아요. 하하.

 

유교 사상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둔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요. 오래되었다고, 고루하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여 이러한 고전적 생각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 같습니다. 부모와 자식, 친척, 이웃, 정당, 국가 간의 갈등과 반목은 이러한 인간의 기본 사상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현출되는 것 아닐는지요. 고전은 인류가 5천년 동안 쌓아 놓은 우주 및 인간에 대한 관찰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대한 정신의 숲이라 할까요. 그 숲에는 저마다 아름다운 풀과 나무, 꽃과 나비가 있습니다. 고전은 악한 것은 가급적 배제합니다. 그리하여 인간을 착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너는 고전에 대한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평생교육을 받으며 들은 풍월로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잃어버린 줄 알았던 라틴어 수업책을 빨래 가방 속에서 찾았습니다. 세탁하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읽으려고 세탁 유토피아에 가져갔었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어디다 두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며칠 동안 그 책을 그리워했습니다. 결국 오늘 복지관에 가서 분실신고까지 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찾았으니 복지관에 미안하게 되었네요. 너는 그 책을 들고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위기지학, 인생수업에 대한 좋은 책이거든요. 2018.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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