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과 짜깁기
오늘 모처럼 바느질을 해 보았습니다. 떨어진 양복 단추를 달고, 터진 장갑 엄지부분을 꿰맸죠. 하하. 네가 바느질은 안 배웠지만 중학교 때 헌 교과서도 꿰매보았고 양말이나 장갑도 떨어지면 직접 기워서 착용한 적이 있기는 있습니다. 물론 그 땐 어머니와 누나가 다 해주셨지만 너는 호기심에서 바늘을 잡아본 거죠. 어머니께 바늘 실도 꿰어드렸고요. 하지만 결혼해서 마누라가 계실 때는 남녀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는 전통적인 생각 때문에 바늘에 손을 대본 적이 없었네요. 미안해요. 하하. 이제 실버가 되어 홀로 살다보니 바느질 할 일이 가끔 생기네요.
양복에 단추가 떨어진지는 1년도 넘었습니다. 단추가 하나 없어도 별 표시가 나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떨어진 단추를 마냥 주머니에 넣고 다녔죠. 더구나 겨울엔 외투를 걸치니 외투가 단추 부위를 잘 막아주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옷을 입을 때마나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요. 아마 약간 완벽주의자라 그랬을까요?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반짇고리를 꺼내 검정 실을 바늘귀에 꿰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아직은 좋은 편인데 형광등 밑에서는 실패하고 창문가에 가서 꿰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추를 단단하게 달았죠. 하하. 기분이 후련했습니다. 장갑은 스키용 장갑이 따뜻해보여서 3주전에 5천원 주고 샀는데, 벌써 오른 쪽 엄지부분이 터져서 흰 스펀지가 드러나 버렸어요. 그래서 적당하게 쫑쫑 꿰매어 봉합을 했습니다. 하하. 엄지부분의 품이 좀 좁아졌지만 그런대로 감쪽같군요. 양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태권도 기본자세를 취해보았습니다. 그 자세로 거울도 보고. 하하. 이것도 재미가 있네요. 운동도 될 것 같고.
그런데 이 일을 하고 나니, 아하 어떤 일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뒤 늦게 찾아왔습니다. 왜 이런 생각은 꼭 한 박자 늦게 오는 걸까요. 일이 있으면 바로 그때(timely manner) 착수하면 10분 내에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길어야 한 두 시간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데 착수를 안 하니 문제네요. 일은 생각날 때 바로바로 처리하는 게 좋은데 우리는 대개 일을 미루는 습성이 체질화 되어있는 것 같아요. 장기간 소요되는 것도 바로 착수하면 쉽습니다. 리포트, 논문, 그림, 기타 배우기, 다 착수하면 되는데 자꾸 중단을 하니 성과가 없지요. 그래서 금년에는 기타 하나만이라도 꼭 배워야겠어요.
인터넷에서 7080노래를 검색하여 추억의 음악을 들어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꽃반지 끼고, 모닥불, 하얀 손수건, 비목, 등대지기, 스와니 강 등등. 이 노래들을 연주하고 싶어집니다. 기타를 치며 멋지게 바리톤으로 불러보고도 싶습니다. 하하. 처음엔 바느질 하듯 서툴겠지만 배움은 습관이라 날마다 조금씩 연습하면 되겠지요. 논문 쓸 땐 짜깁기를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연습할 땐 짜깁기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네요. 짜깁기를 하면서 자기의 사상(시상, 악상)을 구축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흉내를 내 봐야 잘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 2018. 1. 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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