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너는 이제 종합이력서를 써야겠다. 나의 이력서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책 이름이 아니라 진짜 너의 이력서다. 너의 이력서에는 반드시 증빙자료를 갖추어야 한다. 증빙자료로는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구비전승 자료, 너의 일기와 서간들, 그리고 학력, 경력증명서들이다. 구비전승 자료는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해야 한다. 청소년시절 및 그 이후 간헐적으로 써 놓은 일기들은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하면 될 거고, 각종 증명자료는 해당기관에 가서 발급받으면 된다.
그런데 이 일을 왜 하는가? 네가 어설픈 문인으로 자처하기 때문이다. 문단에 등단하지 않은 자칭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평생 겪었던 무식한 이야기, 깨달은 이야기, 속은 이야기, 잘난 척한 이야기, 나름대로 세상과 접하며 느꼈던 감성적 이야기와 이성적 이야기, 이런 너의 이야기 기록이 후손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참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너의 이력서는 너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서전은 대개 자기 미화가 많다는데 너는 자기미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미화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너는 다시 과거로부터의 여행을 시작해볼까 한다. 그래서 너의 이력서의 제목을 ‘어떤 여정’으로 정했다. 영어로 하면 A CERTAIN JOURNEY. 하하. 인생은 여행인 것 같기에. 그래서 너의 이력서는 인생 여행기가 될 것 같다.
너는 요즘 와서 부쩍 더 일기 겸 여행기를 자주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쓰는 여행기들은 너의 이력서인 어떤 여정A CERTAIN JOURNEY에 넣지 않고 별책으로 제목을 달리하여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너의 이력서는 지금까지의 사실 기록을 중심으로 증거위주로 편성할 것이다. 아름다운 너의 생명이 살아 있는 날 까지 너는 책과 글을 벗하며 움츠려드는 마음을 부추기며 그렇게 살아야할 것 같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2018. 1.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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