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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교감독서법

교감독서법

 

책을 교감(校勘)하며 읽는 독서방법을 교감독서법이라고 한다. 누가? 자네가. 하하. 너는 종종 교감독서법을 활용해 왔다. 교감독서법은 책과 교감(交感)하면서 독서하는 좋은 방법이다. 交感하지 않고 어떻게 校勘할 수 있는가. 그래서 交感校勘의 기본 조건이다.

 

오늘도 전철을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돌았다. 책을 보기 위해서다. 준비물은 책과 빨간 펜, 그리고 물과 두유 한 개. 오늘 읽을 책은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그리고 한권으로는 따분할 수 있기에 같은 저자의 가벼운 수필집 독서 한담도 함께 넣었다.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보는 것은 그 저자의 시각의 층위와 생각의 일관성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너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를 펴 들었다. 전에도 좀 보았기에 전에 의견을 적어 놓은 낙서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그래도 다시 읽었다. 저자는 국문학자 겸 한문학자로 고서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도 많이 낸 분이다. 하지만 너는 서지학, 너대로 표현하면 문헌학도에 불과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0쪽 그림 설명 금강경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것. 868년에 인쇄된 것으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보다 600여년 앞섰다. 대영박물관45쪽 그림설명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둘 다 목판본인데 세계 최초의 현존 인쇄본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1450년 구텐베르크 인쇄술 보다 699년 앞선다. 이 점의 설명에 착오가 있다. 20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민간에서 제작되어 그 기술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던 데 반해 조선의 금속활자는 오로지 국가의 소유물이었다.”는 부분인데 조선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그러하겠지만 고려시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찍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흥덕사라는 절에서 금속활자를 주조하여 찍었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興德寺라는 절이 국가소유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이밖에도 군데군데 논리의 비약, 개인적인 추측 등이 보여 해당 쪽마다 표시를 하며 읽고 있다.

 

네가 읽는 책들에 대한 교감기록(校勘記錄)을 여기에 일일이 다 쓸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너의 생각을 해당 책, 해당 쪽에 빨간 펜으로 표시해두고 너의 교감이 옳은지 재검토하면 된다. 너의 校勘讀書는 저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글을 쓰거나 책을 쓸 경우 보다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서술하기 위해서다. 도서관의 책으로는 교감독서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도서관이 많이 있어도 너는 계속 책을 사야 한다. 나이 때문에 안 사려고 해도 네가 평생학생인 한 어쩔 수 없다. 하하. 201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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